■ 연귀랑 신세계百 고객서비스 팀장
"차라리 은행을 가라"던 부모님의 말씀을 따랐다면 지금의 행복이 가능했을까. 서비스직의 올바른 인식이 부족했던 시절, 별다르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했을 때 돌아온 부모님의 반응은 "왜 하필 백화점이냐"는 반문이었다.
신세계백화점 고객서비스의 달인으로 불리는 연귀랑(36) 본점 고객서비스팀장의 서비스 업무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갓 스물에 신세계백화점에 입사, 인사부서에 배치되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20년 가까이 신세계의 고객서비스 강의를 담당해 왔고, 2005년부터는 영등포점에서 25명의 팀원을 이끌며 컨시어지, 멤버스 라운지, 고객상담실, 안내데스크 등 4개의 고객서비스 파트를 총괄해 왔다. 8개 점포 중 최연소 팀장의 자리였다. 이달부터는 본점으로 자리를 옮겨 같은 업무를 맡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입사원서를 넣게 됐는데 인사 파트에서 교육 업무를 맡게 되면서 운 좋게 제 적성을 찾았어요. 왜 좋아하는 일을 하면 아픈 것도 잊고 하게 되잖아요. 제가 그랬다니까요. 감기를 한참 앓고 있을 때에도 강의만 시작하면 신기하게 흐르던 콧물도 멎더군요."
남달리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 더욱이 즐겁게 일한 덕에 일찌감치 큰 조직의 리더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가 지금 행복한 이유는 단지 화려한 이력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여러 유형의 고객과 접하면서 얻은 인생의 교훈이야말로 서비스 업무 종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축복이라고 말한다.
"고객을 대하면 대할수록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야말로 아놀로그적인 대면 서비스가 중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간 구매액이 수천만원이나 되는 VIP 고객도 결국은 자신을 알아봐 주는 인사 한 마디에 마음을 열거든요. 이 일을 하면서 누군가 나를 세심하게 배려해 준다는 느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죠. 각양각색의 고객을 접하면서 제 스스로의 모습을 함께 되돌아보게 되는 것도 제 일의 장점이에요."
물론 서비스 업종을 평가절하하는 부모님의 편견과 싸우며 시작한 일인 만큼 세상의 편견과도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과정이었다. 때로 불만 고객 응대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칠었고, 고객서비스팀장의 자격으로 나선 중재의 자리에서 "너 말고 높은 사람 없어?"라는 폭언을 듣는 일도 왕왕 있었다. "백화점에는 상품만 100가지가 아니라 사람도 100종류가 있지만 그 덕분에 여러 가지 삶의 교훈도 얻게 된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특히 그는 또 하나의 편견이 될 수 있는 여성이라는 신분을 강점으로 십분 활용했다. "서비스는 아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연 팀장의 손길은 VIP 고객이 이용하는 멤버스 라운지 음료 메뉴에까지 미쳐 있다. 연령대가 높은 이들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 '수삼라떼' 같은 독특한 음료를 선보였다.
라운지 테이블과 의자의 높이는 이용객의 평균 신장을 감안해 정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작은 차이가 큰 감동을 낳는다고 믿는 그는 여성의 섬세함이 경쟁이 치열한 유통가에서 자신의 매장을 돋보이게 하는 경쟁력으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그에 앞서 서비스 전문가로 입지를 다진 그의 가장 큰 비결은 역시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그는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 위해 은행이든, 학교든, 음식점이든 어디든 찾아 고객의 입장이 돼 보려 한다"며 "저축은 원하지도 않으니 제발 버는 만큼만 쓰라는 남편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부작용도 있다"며 웃었다.
이렇게 서비스직을 천직으로 여기는 연 팀장은 실무와 이론의 조화를 위해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 야간 대학에 진학, 산업심리를 공부했다. 경영대학원에서 서비스마케팅도 공부했다. 국내외 전문기관의 서비스 강사 양성 과정도 수료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신세계백화점 직원은 물론 서울지방검찰청, 영등포세무서, 삼성의료원 등 외부 기관을 대상으로 서비스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론과 실무의 합일점을 찾는 한국형 서비스 커리큘럼을 꼭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성인이 되어 단 며칠간의 전문 과정을 수강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향 자체가 바뀌지는 않죠. 배려라는 게 유치원 때부터 익힌 인성이 바탕이 돼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니까요."
무엇보다 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후배들이 자신감을 충만하게 가질 때 한국의 서비스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내가 희생한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무조건적으로 머리를 조아리는 대신 고객이 궁금해 하고 원하는 것을 편하게 도와주는 파트너로서의 개념을 머리에 넣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과거와 달리 요즘은 제조ㆍ서비스 기능직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서 스스로 학습 의지만 있다면 자기개발의 기회도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아니더라도 후배들의 사기를 위해 서비스 보직 출신의 임원이 꼭 나와야 할 것"이라는 바람도 함께 밝혔다. 이를 위해 서비스 담당자들이 전략적 사고와 현장 경험의 폭을 함께 늘려 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요컨대 인격 성장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쨌든 성장이죠. 특히 신체의 성장이나 학교 교육을 통한 지적인 성장보다 학과 과정을 마친 이후의 인격적인 성장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양한 사람을 접할 수 있는 유통업계야말로 제대로 된 생각만 갖고 근무한다면 바로 이 '3차 성장'을 훌륭히 일궈낼 수 있는 곳이라고 믿어요. 결국은 함께 잘 살자는 게 우리 모두의 지향점 아니겠어요?"
김소연 기자
■ 국내기업 서비스 교육 주소는
사회의 문화적 수준이 올라갈수록 기업 서비스의 기대와 요구 수준도 함께 높아진다. 특히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요즘의 시장 상황에서는 서비스 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업종을 불문하고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 경영에 주목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많아졌다. 동시에 서비스 교육 과정에 주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특히 각 업계의 전문 서비스 인력의 수요는 커졌지만 정작 서비스 교육 분야의 전문 국가 기관은 찾아보기 어려워 이들 몇몇 기업의 커리큘럼이 국내 서비스 교육을 대표하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그 중 삼성에버랜드 서비스 아카데미는 단연 국내 기업 서비스 품질 향상의 일등공신으로 꼽을 만하다. 1994년 중앙서비스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기관은 에버랜드는 물론 수많은 기업의 서비스 교육을 맡아 왔다. 전신인 서비스교육센터가 사내 서비스 이념 수립과 직원 교육을 담당한 데 그쳤던 것과 달리 외부 단체의 수탁 교육도 가능한 전문 교육 기관을 표방한다.
표정과 음성, 인사예절, 용모ㆍ복장 등 기본 서비스 매너는 물론 심화 과정과 강사 양성 과정, 직종별 맞춤 스타일의 교육까지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는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2007년 서비스 아카데미를 열었다. 매장관리자와 교육담당자는 물론 협력회사 사원에게도 서비스 노하우를 전하는 게 특징이다. 올해부터는 이름을 스마일 아카데미로 바꾸고 좀더 강화되고 세분화된 서비스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밖에 서비스 교육 경험이 없는 새내기 직장인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기본 과정과 심화코스인 플러스 과정, 국제인 에티켓 과정 등을 제공하는 대한항공 서비스 아카데미와 서비스 매너 기본 과정과 호텔 리더십, 컨벤션 행사 기획 과정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서비스 매너스쿨도 국내 대표적인 전문 교육 과정으로 꼽힌다.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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