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앞둔 2월 말, 집권 3년 차 증후군을 경계하며 청와대와 여권에 각별한 주의를 환기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 근무자세에 긴장이 풀릴 수 있고,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으니 만전을 기하라는 당부였다. 그러나 요즘 정부ㆍ여당 고위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이나 처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어 이 대통령의 주의와 당부가 무색해진 꼴이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MBC문제 발언은 권력 주변에서 나타나는 긴장해이의 정도를 가늠케 하는 대표적 사례다. 그는 '큰집' '조인트' '좌파 대청소' 등 천박한 용어를 동원해 가며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MBC 인사 개입을 강력히 시사하는 '큰일 날 소리'를 거리낌없이 털어놓았다. 본인의 과시욕 탓이 컸겠지만 긴장이 웬만큼 풀리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상은 알 수 없으나 발언 자체만으로 이미 정권에 큰 내상을 입힌 셈이 됐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영 국방장관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도 방심과 긴장해이의 3년 차 증후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최 위원장은 18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2010 여기자 포럼'에 참석해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보다는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와 지위향상 추세에 동떨어진 발언으로 거센 반발은 당연했다. 김 장관은 20일 제주를 방문,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주민 간담회 자리에서 '무식한 흑인'이라는 인종 차별적 표현을 한 데다, 개인적 인연이 있는 한나라당 제주지사 예비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논란을 자초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과 관련해 조계종에 압력을 가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것 역시 집권 3년 차 증후군의 한 증세인 권력의 오만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서로 주장이 엇갈리기는 하나 좌파교육과 아동 성폭력 범죄를 연계시키는 등 최근 안 대표의 일련의 좌파 발언이 적지 않은 논란을 불렀음을 상기하면 의심을 살 만하다.
개인의 언행과는 별도로 한나라당 차원에서 진행되는 무리한 사법개혁 밀어붙이기나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의 '회피 연아 동영상' 유포자 고발에서도 임기 중반에 접어든 권력의 오만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런 증후군을 잡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의 운명은 뻔하다. 당장 눈 앞에 다가온 6ㆍ2 지방선거에도 큰 악재다. 한나라당 6ㆍ2지방선거 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이 "선거를 앞두고 정부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볼멘 소리를 한 이유다. 지방선거 유ㆍ불리를 떠나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삼엄한 자세로 자신들의 모습을 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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