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생 문인들은 한일 강제병합 조약이 체결된 해에 태어나 암울한 식민지 현실에 저항하거나 새로운 근대 미학을 추구하며 1920~30년대 한국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들이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들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행사가 4월 1일부터 열린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서울시 후원으로 4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는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2010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제'를 연중 진행한다. 2001년부터 매년 열려 올해 10회를 맞는 행사다.
올해 탄생 100주년이 되는 문인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1937년 사망), 수필가 피천득(2007년 사망), 평론가 안막(사망연도 불명)과 안함광(1982년 사망), 시인 이찬(1974년 사망), 소설가 허준(사망연도 불명)과 이북명(사망연도 불명) 등 7명이다. 이들 중 무용가 최승희의 남편이었던 안막과 안함광, 이북명, 이찬은 사회주의 문학을 표방한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ㆍ1925~1935)에서 활동했다. 이상과 피천득을 제외하면 모두 분단 이후 북한에서 활동한 월북 작가다.
문학제의 주제는 '실험과 도전, 식민지의 심연'이다. '실험'은 1930년대 문학, 미술, 건축 등 전방위에 걸쳐 혁신적 미학 실험을 펼쳤던 이상, 인간의 운명을 주제로 심리주의적 소설을 썼던 허준으로 대표되는 모더니즘을 뜻한다. '도전'은 1920년대 후반부터 계급문학을 통해 일제 식민지체제에 저항했던 카프 작가들을 가리킨다.
이번 문학제의 중심 행사인 4월 1일 심포지엄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미리 공개한 발제문에서 "안막, 안함광, 이북명, 이찬은 식민지 근대를 계급적 모순 구조로 인식하고 그것을 계급투쟁을 통해 극복할 것을 제안했고 이상, 피천득, 허준은 예술의 미적 자율성에 대한 신념 아래 상상력을 열어가고자 노력했다"며 "이들의 문학에는 식민지 지배라는 상황적 모순 속에 드러나는 근대성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경훈(연세대), 조영복(광운대), 유성호(한양대), 김종욱(세종대), 임규찬(성공회대) 교수와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개별 문인들의 작품 세계를 분석한다. 심포지엄 후에는 서울 마포구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이들 문인들의 작품 낭독과 공연, 유가족과의 대화 등 '문학의 밤' 행사도 열린다.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이상과 관련해서는 9월말께 그의 작품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국내 화가 9명의 전시회, 10월에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문학뿐 아니라 그림, 건축 등 다방면에 걸쳤던 이상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회도 10월 중 열릴 예정이다. 피천득의 시와 수필을 주제로 한 세미나, 월북 문인들을 조명하는 심포지엄도 각각 6월에 열릴 예정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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