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논란이 가열되면서 주지 명진 스님에게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6년 11월 8일 봉은사 주지로 임명돼 임기 만료를 8개월가량 남겨둔 명진 스님은 선방 수좌(首座ㆍ수행승) 출신이다. 1974년 출가 후 10여년을 수행에 전념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조계종의 여러 사안에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서는 대북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조계종단의 대표적 개혁 인사로 꼽힌다.
'강남 부자 절'로 인식되던 봉은사 주지로 부임한 이후에는 사찰 재정을 공개하고 1,000일 동안 산문을 벗어나지 않고 기도 정진을 몸소 실천해 불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1,000일 기도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일 단 하루만 절 밖으로 나섰고, 기도가 끝난 뒤에는 제일 먼저 용산참사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는 원래 매우 친밀한 사이다. 명진 스님이 특별한 수입이 없을 적에 자승 스님이 다달이 용채를 챙겨주었고, 반대로 자승 스님이 봉은사에서 지낼 때는 명진 스님이 생활을 봐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석에서는 세수로 네 살 연상인 명진 스님이 자승 스님에게 반말을 할 정도. 불교계 안팎에서는 이런 친밀함이 봉은사의 직영사찰화에 명진 스님이 더 큰 '배신감'을 느낀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봉은사 주지 스님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했던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명진 스님과 안면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명진 스님은 자승 스님이 경기 과천시 연주암 주지를 지낼 때 연주암의 선원장으로 있었고, 과천ㆍ의왕이 지역구이던 안 대표는 이때 여러 차례 명진 스님을 만났다는 것이다.
특히 봉은사 문제가 증폭되면서 불교계 안팎의 시선은 자승 스님의 입으로 쏠리고 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직접적 입장 표명 없이 "외압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종단 차원의 설명만 되풀이하는 것은 결국 "그런 발언은 있었으되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유추로 굳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승 스님의 명쾌한 해명이 없으면 오히려 외압설에 대한 추측만 더 난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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