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 100년을 맞은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후세의 정성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국권을 침탈한 원흉을 하얼빈 역에서 저격, 조국의 자주독립 의지를 널리 알린 영웅의 뜻을 받드는 마음이 갸륵하다. 안 의사는 의거 5개월 뒤인 1910년 3월26일,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일제에 강제 병탄된 치욕의 역사와 겹친 순국 100년의 의미는 각별하다. 일제가 숨긴 고인의 유골과 자취를 되찾고'동양평화론'등 시대를 앞선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다만'의사'와 '장군'호칭 논란처럼, 선열의 고귀한 정신적 유산을 흐릴 우려가 있는 다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안 의사를'안중근 장군'으로 불러야 옳다는 주장은 지난해 본격 제기됐다. 안 의사는 일제 법정에서'대한의군 참모중장'이라고 신분을 밝히고 전쟁포로 처우를 요구했다. 유묵에도'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고 썼다. 자서전 기록에 의하면 안 의사는 1908년 간도에서 대한의군 의병을 조직, 함경도 일대에서 30여 차례 일제 군경과 싸웠다. 이런 행적에 비춰, 개인적 희생을 강조한'의사'보다 국가와 군을 대표한'장군'호칭이 더 합당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나름대로 존중할 만하다. 육군도 순국 100년을 기념해 본부 대회의실을'안중근 장군실'로 명명하기로 했다. 군이 무력 독립투쟁을 한 순국선열에게 상징적인 장군의 명예를 헌정하는 것은 치하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역사가들이 줄곧'의사(義士)'로 추앙한 뜻과 그 역사성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리 높이 받드는 순국선열은 이봉창, 윤봉길, 강우규 의사 등 손꼽을 정도다. 오래도록 친숙한'안중근 의사'를 이제 와서 굳이 '안중근 장군'으로 공식 호칭을 바꿔야 할 당위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특히 호칭 논란에 기념사업 단체들의 이해가 얽힌 듯한 것은 민망하다. 지나치게 다양한 추모행사와 기념사업도 숭고한 정신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