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하오, 고객님 CJ에서 출시한 다시다 계정 좀 보고 가세요." "아니요, '하오' 할 때 좀 더 활짝 웃어야죠!"
파란색 짧은 치마에 같은 색 모자를 쓰고 줄을 맞춰 선 젊은 여성들이 목청껏 외치는 인사에 강사로 보이는 한국여성의 지적이 이어진다. 16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취 샤오윈루 지역에 위치한 CJ중국본사 회의실에서 진행된 CJ제일제당의 여사원 코칭 풍경은 1990년대말 한국의 판매 사원 교육을 연상시켰다.
"한국에서의 명성은 잊고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임한다"던 박근태 CJ중국본사 대표의 설명대로 전투적이기까지 한 직원들의 태도에서 중국 내수 시장에 안착한 CJ제일제당의 성공 비결을 읽을 수 있었다.
1995년 청도식품 법인을 설립하고 대리상을 통한 수출 판매 형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CJ제일제당은 특히 다시다, 두부 등의 가공식품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다지고 있는 대표적인 식품기업이다.
'한국 최고의 식품기업 CJ'라는 자존심을 털어 버리고, 중국 현지의 작은 개인기업보다 못한 처지라는 낮은 마음가짐으로 현지 입맛에 맞춰 개발한 '지징'(鷄精ㆍ닭고기 다시다)은 2006년말 출시 이후 매출이 급상승 중이다. 2007년 110억원대에서 지난해 230억원대까지 늘면서 베이징 조미료 시장에서 점유율 25%로 2위에 올랐다.
1위인 네슬레 계열의 타이타이러(太太樂), 3위인 유니레버 계열의 지아러(家樂) 등 글로벌 식품기업의 자회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업계의 주요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다. 또 2007년 3월 베이징권 최대 식품기업 얼상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얼상CJ의 두부 브랜드 바이위(白玉)는 베이징 두부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의 위치까지 오는 데에는 R&D센터를 설립해 중국인의 입맛을 연구한 현지화의 노력이 큰 보탬이 됐다. 해당 국가의 식문화 이해가 필수인 식품업계의 특성을 간과한 채 2002년 한국 내 히트상품인 쇠고기 다시다를 내세워 이미 쓴맛을 경험했던 터다.
CJ는 중국인이 닭 육수를 즐기는 것에 착안해 R&D센터에서 1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한 닭고기 다시다로 브랜드 인지도도 높일 수 있었다. 최근 내놓은 맛간장 '선미즙'과 고형 카레 '황금카레' 역시 R&D센터를 통해 개발한, 한국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중국 내수전용 신제품이다.
중국의 식품 비즈니스에서 입맛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유통 장악이다. CJ제일제당이 "밑바닥부터 중국 비즈니스를 일궜다"고 강조하는 것도 바로 유통망 확보를 위한 영업 활동 때문이다. 특히 도매시장과 식당 유통 경로로 직결되지만, 지극히 폐쇄적인 특성을 지닌 재래시장 거래선을 뚫는 데는 한국 특유의 불도저식 영업 활동이 효과적이었다.
'철같이 단련된 CJ 판매, 행군도 구보도 두렵지 않다. 판매! 그 용사 싸워 이기자!'와 같은 공격적인 가사의 판매가를 부르며 새벽같이 재래시장을 뛰어 다니는 영업사원들에게 '미쳤다' 소리를 하던 도매상들도 이제는 '다시다 사람들 나타났다'는 반응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내수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야 비전이 있다'는 자각 아래 2013년 매출 10조원, 해외 매출 5조원 달성의 청사진을 갖고 있는 CJ제일제당은 특히 중국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아 글로벌 진출의 전진기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CJ의 중국시장 공략은 가공식품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시아 최대 곡물기업인 베이다황(北大荒) 그룹과 손잡고 베이다황CJ를 설립한 CJ는 세계 최초로 쌀 미강(쌀겨)에서 식품용 단백질을 추출, 대량 생산하는 쌀 단백질 공장을 상반기 내에 완공할 예정이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식품용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박근태 CJ 중국본사 대표는 "베이징을 넘어 상하이 등 화둥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 2013년 내에 식품ㆍ소재ㆍ바이오 부문에서 중국 매출 2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CJ가 중국에서도 건강과 즐거움, 편리를 창조하는 제일 좋은 생활문화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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