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소통과 설득, 실용주의로 요약되는 그의 리더십을 연구하고 배우려는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취임 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오바마 리더십에 대한 회의와 불안감이 확산돼 왔다. 핵심 지지기반인 진보세력은 현실과 일정 부분 타협한 그의 실용주의적 개혁에 크게 실망했고, 보수세력과 공화당은 격렬한 반대로 그를 압박했다. 좌우 협공 속에 그의 국정 운영에 대한 반대가 찬성을 앞지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하원에서 실시된 건강보험개혁법안 표결 승리로 설득 리더십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법안의 하원 통과선인 216표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은 눈물겨운 데가 있다. 주 설득 대상은 개인적 신념을 앞세운 민주당 내부의 반대파, 즉 미국판 '친박계' 의원들이었다. 의원들을 백악관에 불러 독대하기도 하고,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동승시켜 설득하기도 했다. 낙태지원 문제로 반대하는 의원들에게는 행정명령을 동원해 안심시켰다.
■ 외교관례를 어겨가며 예정된 외국 순방을 연기하기도 한 오바마 대통령은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로인 공화당에 대한 설득에도 열심이었다. 공화당 지도부 40명을 백악관으로 초청, 7시간에 걸쳐 토론을 벌인 것이 그 하나다. 어제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178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봐 성과는 없었지만 자신의 진정성을 알리는 효과를 거두었을 것이다. 반 오바마 정서를 대변하는 매체로, 적진이나 다름 없는 폭스 뉴스도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골수 공화당 지지성향 시청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였는데,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다.
■ 건강보험개혁법안 하원 통과로 오바마 리더십의 시련이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공화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철회 법안을 만들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중산층이 공화당 쪽으로 기울 수도 있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힘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제도의 틀 내에서 대화와 설득을 통해 현실의 벽을 넘는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은 소통과 대화 정치의 진수를 보여준다. 세종시와 4대강 논란으로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하는데도 대화와 설득의 정치는 감감한 우리의 현실에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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