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두고 외압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새로 취임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느냐"고 말했느냐, 아니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런 의혹이 늘 그렇듯 양쪽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당시 모임에 동석한 사람으로부터 그 발언을 분명히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명진 스님은 "만약 내 말이 거짓이라면 승적부에서 이름을 지울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물론 안 대표는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한다."자승 스님과 만나긴 했지만 봉은사 이야기가 나올 이유와 계제가 없었다"면서"봉은사 주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슨 압력을 넣느냐"고 명진 스님의 주장을 일축했다.'서로 아는 사이냐, 아니냐'를 두고도 "나를 모른다는 것은 거짓말", "10년 전 한 번 만났다고 이름까지 일일이 기억하겠느냐"는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자 조계종 총무원이"중앙종회 의원 49명이 찬성하고 21명이 반대한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의된 사안에 대해 정권 압력 운운하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며, 중단의 자주성을 해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직영사찰 지정은 봉은사의 역할과 기능에 관한 문제이지 주지의 개인 거취에 관한 사안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은 포교, 재정 등을 고려한 종단 차원의 결정이라는 얘기다.
이것으로 안 대표의 발언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안 대표의 발언이 사실이고, 한국불교의 본산인 조계종이 정치인의 말에 영향을 받았다면 부끄럽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논란이 종단 내부의 갈등이나 이해관계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라면 그것도 문제다. 어떤 경우든 보기 흉한 일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가볍고 분별없는 언행으로 말썽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최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여기저기서 불거진 '설화'의 파장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