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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한국 영화배우 개런티도 작은 구조조정 필요한 때

입력
2010.03.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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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열린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 하나. 남녀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10명의 개런티 합계액이 2,000만 달러에 못 미쳤다고 한다. 2001년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가 받은 돈이 바로 2,000만 달러. 제프 브리지스, 조지 클루니, 산드라 불록, 메릴 스트립 등 쟁쟁한 배우 10명이 9년 전 전성기를 구가하던 배우 1명의 몸값을 당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대체 지난 9년 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젊은 관객들은 더 이상 할리우드 스타들에 관심이 없고, 그나마 그들에게 끌리는 30대 이상 관객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4일자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배우의 이름값이 호객 행위에 별 도움이 못 되니 받는 돈도 그만큼 깎였다는 것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편당 2,000만 달러를 보장받던 배우들 중 안젤리나 졸리를 빼고는 다들 '인생무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물가상승률조차 고려되지 않은, 참 인정사정없는 개런티의 추락이다.

좋은 시절 다 지났다는 넋두리가 흘러나오는 충무로는 어떨까. 최소한 특A급 또는 A급으로 분류되는 배우들에게 개런티 삭감은 정말 다른 나라 이야기다. 개런티 5억원이 넘는 특A급 배우들은 송강호, 장동건, 이병헌 등 5명 정도다. 정우성, 주진모 등 남자배우 약 6명과 손예진, 하지원 등 여자배우 약 5명이 4억원대를 받는 A급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최근 한국영화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추세지만 이들 정상급 배우의 개런티가 줄지 않는 상황을 한 영화 관계자는 "밑에 있는 배우만 앙앙댄다"고 표현한다.

살림살이가 그리 넉넉지 않은데도 A급 이상 배우들에게 나가는 돈이 줄지 않는 이유는? "쓸만한 스타가 적은데다 지난해 1,000만 영화가 나와 삭감 명분이 없다"고 한 영화사 대표는 말한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TV드라마도 이들 개런티의 버팀목이다. 우리 영상산업 환경에서 특급 배우는 결국 특급 '갑'인 셈이다.

미국 배우들이라고 개런티 삭감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출연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수익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일종의 인센티브제로 손실을 메우려 하고 있다. 산드라 불록은 자신에게 올해 오스카를 안겨준 '블라인드 사이드'의 개런티로 500만 달러를 받았다. 평소 받던 1,000만 달러의 반토막이다. 영화가 크게 흥행하며 불록은 인센티브를 발판 삼아 총 2,000만 달러를 벌 것으로 예상된다.

할리우드와 충무로의 토양은 다르다. 우리 배우들에게 고통분담까지 강요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전체 영화계의 위험 분산을 감안한 개런티 체계의 변화도 생각해볼 때가 됐다. 그게 함께 사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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