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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사법, 그 끊이지 않는 논쟁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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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사법, 그 끊이지 않는 논쟁의 이유

입력
2010.03.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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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 -'본질과 현상' 대한민국 法 특집

최근 한나라당이 사법제도 개혁안을 내놓자 대법원이 강한 어조로 반발하는 등 정치권력과 사법부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 논란 'PD수첩'과 빨치산 추모행사 참가 교사에 대한 무죄 판결 등으로 한국의 사법부와 법치주의는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다. 계간 '내일을 여는 역사'와 '본질과 현상'은 봄호에서 각각 '대한민국 사법부'와 '법'을 주제로 한 특집을 마련하고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법과 민주주의의 관계, 사법개혁 등의 문제를 다뤘다.

정치의 사법화

2000년대 이후 대통령 탄핵심판, 신행정수도이전법 위헌심판 등 중요한 정치적 의제들이 사법적 판단에 맡겨지면서 '정치의 사법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주원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간 '내일을 여는 역사'에 기고한 '법의 정당성은 어디서 오는가'란 글을 통해 민주주의 가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 뒤 "법은 정치적이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때의 '법'은 '법 해석'의 뜻에 가깝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박 교수가 제기하는 문제는 법치의 정당성이다. 그는"법의 지배란 자의로 복종하는 자를 지배하는 것이지 결코 강제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플라톤의 '법률' 이래로 법의 정당성은 해당 시대의 도덕적 가치와 규범의 공식적 표현이었다고 전제한다. 도덕적 가치와 규범의 해석을 둘러싼 논쟁은 필연적으로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끊임없는 해석과 이의제기 속에 법의 정당성은 확보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정치의 사법화'나 '법의 정치화'란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제까지 국가권력에 의해 정치적 의제가 법적으로 제약되거나 혹은 법적 판단이 정치권력의 노예나 도구로 전락됐던 우리의 과거 때문"이라고 전제한 박 교수는 "법의 최고 권위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영역과의 관련 속에서만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법률적 판단을 민주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법의 정치화

정치적 판단이 법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정치의 사법화'라면, 법원의 판단이 정치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사법의 정치화'다. 최근 시국사건에 대한 일련의 전향적 판결과 관련해 보수세력이 그 배후로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지목하고 해체를 요구하며 부상한 화두다.

고호성 제주대 법학부 교수는 '본질과 현상'에 기고한 '법치주의의 위기'라는 글을 통해 법치주의의 실현이라는 맥락에서 판사에 대한 이념 공격을 비판한다. 그는 판결의 배후를 따지는 비판은 법 논리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법 논리를 구사하고 있는 주체의 성격, 그리고 그 논리가 지향하고 있는 이익이라는 점에서 법치주의의 이념을 훼손하는 야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법리적 비판 대신, 젊은 판사가 혹은 여자 판사나 좌파 판사나 극우 판사가 내린 판결을 수긍할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은 "선동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 교수는 "법치주의의 핵심은 논쟁의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악마의 변호자가 있어야 선(善)이 논증될 수 있다"며 "법원 내의 이념 갈등은 배척되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조장되어야 할 가치"라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다만 의도와는 달리 법원의 신뢰에 의심을 낳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권고하기도 했다. 억울한 점도 많겠지만 조직이 아니라 모든 것은 법리로 말한다는 법치주의 이념이라는 절대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이 밖에도 해방 후 법원조직법 제정 당시의 논쟁을 복기하며 사법권 독립이라는 명제가 혹시 사법 민주화라는 가치와 배치되지 않는지 고민할 것을 주문한 문준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법원조직법 입법사의 교훈'('내일을 여는 역사' 봄호)도 최근 사법제도 개혁 논란과 관련해 주의깊게 살필 만하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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