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최초로 존엄사를 인정한 판결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최근 법정 스님의 입적은 우리 사회에 '죽음'의 화두를 던졌다. 23일 밤 10시 KBS1 TV '시사기획 KBS 10'은 어떤 모습으로 임종을 맞이할 것인지,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지 등 죽음의 실체와 의미를 들여다 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죽음의 질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해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줄잡아 6만8,000여명. 말기암으로 잔여수명이 6개월 이하일 때는 항암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환자의 고통만 커질 뿐이다. 미국은 말기암 환자에게 항암치료를 거의 하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잔여수명이 1개월 미만일 때도 항암치료를 강행하는 비율이 30%를 넘는다. 결국 환자들은 중환자실에서 고통을 겪으며 죽어가거나 미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의식불명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최근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죽음 준비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유언장 써보기,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어떤 조치는 하지 말라는 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미리 명시하는 '사전 의료 지시서' 작성하기 등 'Well Dying' 운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결국 'Well Dying'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질적인 삶이 아니라 보다 격조있고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무소유의 홀가분함을 일깨운 법정 스님과, 마지막 가는 길에 각막까지 기증하고 간 김수환 추기경을 보통 사람들이 따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단정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의연하게 죽을 수 있고 또 오래 기억된다는 교훈을 되새기는 일, 그것은 보통 사람들도 능히 할 수 있다는 것을 프로그램은 강조한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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