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은 18세기 독일 작곡가 크리스토프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였다. 800석의 객석을 꽉 채운 그 공연 제일 앞자리에 나도 앉아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아폴로의 아들 오르페우스와 요정 에우리디케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오페라의 줄거리였다.
내용은 이국의 신화에서 가져왔지만 '한국형 오페라'였다. 평가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랬다. 무대 밖에서 무대 안으로 만들어진 모랫길을 밟고 등장하는, 상복을 입은 출연자들의 모습에서부터 우리것의 냄새가 물씬 나서 좋았다.
마치 판소리 한마당을 완창하듯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던 카운터테너 이동규의 뜨거운 열창과, 무려 17톤의 물을 채워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만들고 그 위에 배를 띄운 이소영의 과감한 연출 또한 감동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나는 "브라보!"를 외치며 일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한참 박수를 치다 둘러보니, 감동의 박수소리는 요란하게 이어졌지만 일어선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통영에서 돌아오자 지인이 메일을 보내왔다. 공연장에서 내가 기립박수를 치는 것을 보았다며, 자신도 그런 마음이었지만 부끄러워 일어서지 못했다며, 나의 용기에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기립박수는 용기가 아니었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에 대한 감동 때문이었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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