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은 또 하나의 한류 스타다. 배용준과 이병헌, 동방신기 등이 일본 대중문화라는 물 위를 호기롭게 흐른다면 그는 물 밑에서 고요히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음을 깨물고 다독이고 내지르는 입체적 창법으로 일본 재즈계에 자신만의 뚜렷한 인장을 새겼다.
최근 내놓은 5집 앨범 'Close Your Eyes'는 웅산의 명성이 거품이 아님을 증명한다. 일본에서 먼저 발매돼 재즈 전문지 '스윙 저널'로부터 골든디스크를 수상한 이 앨범에서 그는 시원시원하면서도 감성 어린 목소리로 귓가를 두드린다. 조금은 듣기 편한 자작곡 들로 대중을 유혹했던 그는 새 앨범에서는 재즈의 전통을 들려주려 한다.
"2003년 데뷔 앨범 'Love Letters' 이후 정통 스탠더드 앨범은 처음이에요. 'Vivaldi's Song'과 'Walk On By' 'Round Midnight' 등 4곡은 특히 애착이 가네요. 재즈 마니아들은 좋아하지만 어떤 분들은 한국어 가사가 전혀 없다고 섭섭해 하시지만요."
외피로만 따지면 그의 삶은 파란만장이다. 고등학교 때 스님이 되고 싶어 절을 찾았다. 그의 예명 '웅산(雄山)'은 '커다란 산'을 의미하는 법명이다. 2년가량 입산 수도했던 그는 속세로 돌아와 록을 거쳐 재즈라는 음악적 세례를 받았다. 그는 "이름처럼 크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연히 노래를 열심히 갈고 닦는다"고 말했다.
웅산은 "여성 로커로 '뭔가 될 줄' 알고 있다가 음반기획사로부터 전화 한 통 못 받고 실의에 빠졌을 때 우연히 접한 재즈는 운명이었다"고 했다. "절에 들어가 2년 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복식호흡을 한 것도, 3년 동안 록 음악을 하며 몸 안의 음을 모두 끄집어낸 것도 다 재즈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곡 해석이 뛰어나다는 평도 종교적 영향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고도 했다.
1998년 일본에 진출한 그는 "내 능력의 바닥을 확인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그래서 고마운 나라"라고 했다. "그 동안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벅찼지만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그는 "유럽 시장 진출이 될 수도 있고, 네팔에서 음악을 공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웅산은 27일 오후 7시, 28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라 언제나 그랬듯 재즈와 클래식과 블루스를 아우르려 한다. "일본에선 스탠더드 곡을 좋아하지만 한국 팬들은 그렇지 않아요. 성격이 다른 시장에 맞게 음악을 만들어 내려고요. 블루스 등 이런 저런 음악을 들려주며 대중을 조금씩 재즈에 물들게 하고 싶습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사진=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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