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 평가하려면 외국 기관·R&D센터·학교 등 유치 효과 종합적으로 봐야죠"
지난달 24일 집무실에서 만난 안상수(64) 인천시장의 표정은 예상 외로 밝았다.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자 유치가 부진하다는 감사원의 지적과 시민 단체 등의 질타가 이어져 속이 어지간히 시끄러울 것도 같은데 겉모습은 안 그랬다. "단면적으로 보지 말고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현재 개발 방향이 옳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정부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3년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정한 경제자유구역. 안 시장 임기 8년 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첫 삽을 떴고 대한민국의 역동적 개발상을 대변하는 지금의 모습까지 달려왔다. 그래서 안 시장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안 시장에게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자신감의 근거와 그가 그리는 인천의 미래에 대해 물어 봤다.
개발자금은 이익만 챙긴 후 떠나는 맹점 있어외국대학·병원 등 입주 줄이어… 규제 완화 절실인천, 컴팩트·스마트·그린 그리드 시티로 재탄생아시아마켓의 중심·가고 싶은 도시 톱10 만들 것
-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자 유치가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고 일부 사업에 대한 것으로 봅니다. 감사원이 지적한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담당하는 부분은 전체 사업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해요. 또한 외화가 얼마나 들어왔는지를 기준으로 잡았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외화가 개발 자금으로 유입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수출이 잘돼 외화가 들어오는 것이 외환시장 안정에 좋은 것이죠.
개발 자금은 개발 이익만 갖고 떠나가기 쉽고, 이럴 경우 우리에게는 치명타에요.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얼마나 많은 외국 기관이나 연구개발(R&D) 센터, 학교 등이 들어와 우리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느냐를 따져야 합니다. 앞으로는 평가 기준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신데 믿는 구석이라도 있습니까.
"인천의 현주소가 어떻습니까. 인천국제공항 2단계 사업이 끝났고, 인천대교도 지난해 10월 완공됐어요. 송도국제도시에는 지하철 등 대중 교통망이 조성됐습니다. 국제 전시관인 컨벤시아와 센트럴파크 등 각종 기반 시설을 갖추는 1단계 사업이 완료됐어요. 중국 상하이(上海)는 개발 역사가 25년, 두바이 역시 20년 정도 됐지만 송도는 지정된 지 6년 반 됐어요. 착공부터 따지면 불과 5년밖에 안됐어요. 지금까지 송도ㆍ영종ㆍ청라 등 경제특구 3곳에 투자된 비용은 46조원 가량인데 이중 시비는 약 3조원, 국비는 2조원 가량입니다.
나머지 40조원 이상이 민간 투자죠. 만약 정부나 시가 직접했다면 이 정도 비용을 어떻게 투자했겠습니까. 사업자들이 개발 이익을 투자하도록 유도해 센트럴파크나 컨벤시아 등 정주 여건을 높이는 시설들을 만들 수 있었고, 이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물류, 국제 비즈니스, R&D, 첨단산업 관련 기업 400여개가 송도에 입주할 예정입니다. 외국 대학과 병원들도 앞다퉈 들어오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 10여개도 2012년까지 올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미래가 밝고 이곳이 아시아 마켓의 베이스가 된다는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에요."
- 문제점도 있을 텐데요.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있어요. 필요조건은 입지, 기반 시설, 배후 지역, 생활 환경 등인데 송도의 경우 이미 충족됐거나 진행 중입니다. 남은 문제는 개방과 경쟁에 대한 사회적 의진데 이것이 충분조건입니다. 개방과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계로 눈을 돌리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중앙정부에게 바라는 획기적 규제 완화도 여기에 속합니다.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지도가 상당히 향상됐고,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확실하게 끌어올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죠. 또 하나는 잦은 인사 이동입다. 실무진은 말할 것도 없고, 청장도 7년간 7번이나 바뀌었어요. 한 사업을 확정하기까지는 3~5년이 걸리는데 사람이 이렇게 자주 바뀌니 외국 기관이나 기업들이 신뢰하겠어요."
- 현 정부 들어서도 이 같은 제도적 지원이 지연돼 외자 유치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은 그래도 나아지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다만 국회에서 걸리는 느낌입니다. 외국 의료 기관 유치를 예로 들자면 정부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려 하지만 국회에서는 일부 당과 의원들이 이마저 반대하고 있어 안릴村윱求?"
- 시가 추구하는 인천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한마디로 매력적 도시입니다. 기업이나 R&D 센터들이 서로 오고 싶어하는 세계 10대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죠. 그래서 추진하는 것이 콤팩트(Compact)·스마트(Smart)·그린 그리드(Green Grid) 시티입니다. 컴팩트 시티는 주거 비즈니스 레저 교육 의료 쇼핑 컨벤션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30~40분 거리에 있는 도시입니다. 스마트 시티는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완비된 도시고, 그린 그리드 시티는 모든 제어 시설이 친환경적으로 갖춰진 도시입니다.
송도에는 지상에 전봇대와 철탑이 없고, 쓰레기통도 없어요. 가정이나 빌딩에서 쓰레기나 오ㆍ폐수를 버리면 파이프를 통해 지하로 간 뒤 처리되고, 이때 발생한 열은 재활용되는 세계 최초의 도시입니다. 지구 면적의 약 1%가 도시지만 인구는 50%가 도시에 몰려 있고, 에너지는 전체 사용량의 70%를 도시에서 씁니다. 도시야말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죠. 도시를 스마트·그린 그리드로 전환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인류의 과제인데 인천에서는 이미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지 코끼리 뒷다리 만지는 식의 비판은 곤란합니다."
-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특별자치구로 바꿔 정부가 청장을 임명하자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혹자는 중앙정부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운영하는 게 낫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인경제자유구역은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겁니다. 따라서 산업, 문화, 교육, 기반 시설 등이 구도심과 효과적으로 연계돼야 하죠. 이것이 안되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발전하게 돼요. 구도심과 사업을 연계하려면 지금처럼 시장이 맡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은 청장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되 큰 틀에서 조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 구도심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정작 인천 구도심에서는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매립지에 하루가 다르게 빌딩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내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을 쏟아 붓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갖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밝힌 것처럼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세금으로 건설하는 것이 아닙니다. 90%가 개발 이익 투자와 외부 자본 유치로 진행됐어요. 사용된 시비 약 3조원의 80%는 송도의 토지 매각 수입 등으로 조달했죠.
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영향으로 인천 예산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2002년 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예산이 올해는 8조원에 육박합니다. 전국의 시도 중 예산 증가 속도가 가장 빨라요. 2003년 이후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걷힌 지방세가 9,000억원에 달하고 앞으로는 더욱 많은 지방세가 들어올 것입니다. 이런 세금이 구도심 개발과 복지를 위해 사용됩니다."
- 특이하게도 지역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습니다.
"실업률 통계에는 양면성이 있어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지역 고용률은 59.7%로 전국 평균 59.1%보다 높고 특별시와 광역시 중에서도 최고입니다. 반면 실업률은 전달(2009년 10월) 4.2%보다 0.6% 포인트 높아진 4.8%였어요. 고용 상황이 악화한 것 같이 보이지만 인천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아진 측면이 있습니다. 일자리가 있다는 이유로 인천으로 오는 국민이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어요."
- 8년간 시장을 지냈는데 스스로 꼽는 성과는 무엇입니까.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와 인천대교를 비롯한 인천경제자유구역 1단계 완성입니다. 과거 인천은 회색빛 공업도시, 교육받으러 서울로 떠나는 도시라는 이미지에 지배됐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내 임기 중 인천을 가고 싶은 도시로 만들었다는 데 긍지를 느낍니다. 교육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하자면 자율형사립고 6개교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부지 확보가 쉽고, 학교 신설 수요가 많은 도시 개발 지역이 대상지가 될 겁니다."
안상수 시장 약력
- 1946년 충남 태안군 출생
- 64년 인천중, 68년 경기고, 72년 서울대 사대 졸업
- 미국 트로이대 경영학 석사
- 연세대 명예행정학박사
- 동양선물㈜ 미국 시카고 현지법인 대표이사
- ㈜데이콤 이사
-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사장
- 15대 국회의원(인천 계양·강화갑)
- 2002년 인천시장 당선
- 2006년 인천시장 재선
인터뷰= 송원영 경인취재본부장 wysong@hk.co.kr
정리=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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