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크게 반발해온 중국 정부가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자"며 "중국은 무역흑자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수입도 늘리겠다"고 유화적인 목소리로 돌아섰다. 일단 갈등을 더 이상 증폭하지 않으려는 후퇴이지만, 환율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가 바뀐 것은 아니어서 봉합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포드자동차, HSBC, 리오틴토 등 외국기업 대표 60명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콜럼비아대 교수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신화통신, UPI통신 등이 23일 보도했다.
원 총리는 "돌이켜 보건대 중ㆍ미 양국은 갈등과 차이를 하나씩 해결해왔고 (그런 결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더 가까워져 왔다"며 대화를 강조했다. 5월 개최될 미국과의 고위급 전략경제대화에서 환율ㆍ무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의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와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회담에 나설 예정이다.
원 총리는 최근 구글의 사업철수 사태를 의식한 듯 "미국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환영하며,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간 무역과 환율전쟁은 세계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경계했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위안화 절상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원 총리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무역흑자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틀린 얘기"라며 "3월에 중국의 무역적자가 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소개했다. 중국이 월별 무역적자를 기록하기는 2004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도 대화를 강조했지만 기존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저우 행장은 22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IDB) 연례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은 아주 복잡한 문제"라며"글로벌정책 공조차원에서 환율문제를 논의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많은 소음은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미국 정부가 실업률을 낮춰야 하는 처지임을 이해하지만 중국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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