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정치적 미래를 걸고 매달린 건강보험 개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하원 표결이 이뤄진 21일(현지시간), 민주당 지도부는 마지막까지 단 한 표의 찬성표라도 더 모으기 위해 치열한 막후 설득전을 벌였다. 특히 낙태에 대한 보험금 지원을 이유로 상원 개혁안에 반대해 온 민주당 내 반낙태파 포섭을 위해 지도부가 나서 일대일 로비를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초당적 지지는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의원의 이탈을 막는 데 최대한의 힘을 쏟았다. 표결 하루 전인 20일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하원 의원총회에 참석, "건강보험 개혁은 나를 위한 것도, 민주당을 위한 것도 아니며, 오로지 미국 국민을 위한 행동"이라고 호소한 뒤,"링컨이 뭐라 했습니까, 나는 이기려는 게 아니라 진실되게 행하려는 것"이라며 건보개혁의 역사적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하원의원 2명을 일으켜 세운 뒤 박수와 격려를 부탁했다. 찬성표 확보를 위한 진정한 설득전은 막후에서 이뤄졌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크리스토퍼 카니(펜실베이니아) 등 의원 3명을 일일이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총력전에도 불구,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 직후 잭 스페이스(오하이오), 짐 매디슨(유타) 등 의원 2명이 오히려 찬성에서 반대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abc뉴스는 20일 "현재까지 찬성은 212명, 반대는 공화당 의원 전원을 포함해 214명"이라고 분석, 찬성이 법안 하원 통과를 위한 216석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하원 내 민주당 의석은 253석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타깃은 지난해 11월 건보개혁 법안 하원표결 당시 낙태지원 제한을 전제로 찬성표를 던졌던 반낙태파 의원들이다. 이들은 이번 표결을 앞두고는 상원안이 낙태에 관대하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표결이 임박하자 지도부는 강경 반낙태파는 버리고 부동층 의원만을 공략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20일 민주당이 낙태 반대를 대표하는 바트 스투팩(미시건) 하원의원이 제안한 '법안 통과 후 낙태 관련 조항 수정' 요청을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법안을 일단 통과시킨 후 강간,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이 위독한 경우의 낙태 시술 외에는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는 대통령령을 발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스투팍 등 10여명의 강경파는 포기하고 입장을 정하지 못한 이들을 포섭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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