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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가 사석원 '하쿠나 마타타'展 26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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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가 사석원 '하쿠나 마타타'展 26일부터

입력
2010.03.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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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원초적인 생명력이 화폭 가득 넘친다. 족히 1~2㎝는 되어보이는 두꺼운 원색의 물감층은 1~2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채 마르지도 않은 상태다. 동물 그림으로 유명한 인기화가 사석원(50)씨가 26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여는 개인전의 제목은 ‘하쿠나 마타타’. 만화 ‘라이언 킹’에도 나오는 이 말은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다 잘될 거야, 걱정할 것 없어”라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다.

그는 2007년 금강산의 사계를 그린 ‘만화방창’전 이후 훌쩍 케냐와 탄자니아로 여행을 떠났다. “1, 2초 사이에 생과 사가 바뀌는 그곳 동물들의 모습을 봤습니다.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들에게서 인간 못지않은 고뇌가 느껴지더군요. 그들을 치유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한국에 돌아온 후 인간 사회로 눈을 돌리자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뇌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들의 생각이 듣고 싶었던 그는 인천 남동공단 숙소와 선교원 등을 찾아가 커다란 칠판과 분필을 건넸다. 방글라데시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적힌 그들의 메시지는 뜻밖에도 원망이나 분노가 아니었다. 하나같이 가족과 친구에 대한 그리움, 각자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 앞날에 대한 각오 등 희망과 사랑을 담고 있었다.

사씨는 그 칠판 위에 아프리카 동물들의 모습을 올렸다. 별빛 아래 산처럼 우뚝 선 코끼리, 사막을 건너는 거북이들의 행렬, 우직하게 전진하는 거대한 코뿔소, 느릿하게 움직이는 사자의 당당함. 그는 팔레트를 사용하지 않고 물감을 직접 화면에 짜가며 작업한다. 이번에는 물감에 돌가루를 섞기도 하고, 물감을 튜브째 흩뿌리기도 해 야생의 거친 느낌을 더욱 강조했다.

‘왕의 귀환’이라는 제목이 붙은 연작은 마사이족 사람과 동물의 모습을 한 덩어리가 된 듯 유쾌하게 뒤섞어놓았다. 그는 “1984년 데뷔 때 수묵담채로 인물화를 그린 이후 정말 오랜만에 사람을 그렸다”고 말했다. “일곱 살 때까지 말을 하지 못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었어요. 집에서 키우던 개가 유일한 친구였고, 경기 포천의 외가에서 보았던 소, 올빼미, 토끼 같은 온갖 동물들이 그저 좋았습니다. 그래서 줄곧 동물만 그려왔는데 ‘우리 땅에도 아프리카의 사자나 코끼리같은 위엄을 가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사이족 전사의 모습으로 옮겨진 것 같습니다.”

전시장에서는 ‘화가가 되고 싶은 거북이’라는 입체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한지로 만든 거북이 등에 그의 손을 거쳐간 다 쓴 물감과 붓 등을 붙이고 색을 입힌 것이다. 그는 “다른 작품들이 고뇌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격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이 작품은 나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화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의문을 늘 품고 삽니다. 화가로 남는 일이란 거북이의 느린 걸음으로 광활한 사막을 건너가는 것만큼이나 힘든 것 같습니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 계속되며, 같은 기간 가나아트 부산에도 그의 작품이 걸린다. 아프리카 소재 그림 외에 부엉이, 호랑이 등 우리 동물 그림, 유기견을 소재로 한 그림 등도 전시된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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