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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장·차관 등 200여명 '창조적 파괴' 끝장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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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장·차관 등 200여명 '창조적 파괴' 끝장토론

입력
2010.03.2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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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농사 지을 맛이 안 납니다. 공무원들이 농민을 '을(乙ㆍ계약 관계에서의 약자)'로 보거든요. 주종도 그런 주종관계가 없지요. 이래서 사람들이 막노동을 해도 서울서 살려고 한다니까요." -귀농 5년차 이경임(48)씨

"한번 보이소. FTA(자유무역협정), FTA 하는데 이거 하면 우리나라 농업에 타격이 크다면서요.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한테도 설명을 해줘야지요. 당최 설명회가 없어요. 설명한답시고 어려운 말로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쉬운 말로 제대로 한번 해주세요."-딸기농장주 류지봉(42)씨

휴일이던 21일 밤 8시, 경기 수원의 농업연수원 대강당. 우리나라 농식품 정책을 책임지는 농림수산식품부와 산하기관의 공무원 200여명이 앉아 있다. 실내 조명이 꺼지고 연단의 스크린에서 이씨와 류씨 같은 농민이 잇따라 등장,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각오를 하고 오기는 했으나, 강도가 너무 센 모양이다. 듣기가 민망했는지, 일부는 자리까지 떴다. 한 공무원은 "가시 방석에 앉아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등골은 서늘했고 낯은 뜨거웠다"고 고백했다.

창조적 파괴를 지향하는 농식품부가 마련한 '무박 2일' 워크숍에서 농민들의 불만 폭탄이 제대로 터졌다. 농식품부 정책의 수요자이면서도 소외됐던 일선 농민들이 '농림부에 불만 있다'동영상과 현장 발언을 통해 평소의 응어리를 토해낸 것.

이날 행사에는 동영상뿐만 아니라 워크숍 현장에도 농어민이 대거 참여했다. 통상 중앙부처 워크숍은 공무원만 참석하는 것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데, '제대로 된 정책을 펴려면 형식은 거칠고 내용은 아프더라도 정책 소비자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 따른 것이었다. 자청해서 혼 나겠다는 농식품부의 태도에 마음이 누그러졌기 때문일까. 화면을 통해 거침없이 비판 발언을 내놓던 김태병(50ㆍ전남 완도군)씨는 이날 수원까지 올라와 참관한 뒤 "이렇게 한들 얼마나 바뀌겠는지는 모르겠지만,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기특하다"고 인정했다.

'무박2일' 워크숍에서는 농식품부가 망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민승규 1차관 주재로 진행된 토론에서 한 참석자는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주식거래를 하자"고 제안했고, 또다른 참석자는 "점심을 두 세 시간씩 먹으면 확실히 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발한 제안으로 농식품부가 철저하게 망했을 무렵, 민 차관이 "우리가 망하는 잠재ㆍ위험요인을 분석한 만큼 반면교사로 삼도록 하자"고 정리했다.

시침이 자정을 넘어서고 대부분 참석자가 피로를 느낄 22일 새벽, 장태평 장관이 마이크를 잡고 일어섰다. 주말마다 전국을 돌며 농어민과 얘기를 나누는데 익숙해진 장 장관이 '농식품부 생존의 길, 창조적 파괴'라는 주제로 '끝장 토론'을 제의했다. 열띤 토론에도 불구하고 쉽게 결론이 도출될 문제는 아니었다. 장 장관은 "제일 강한 종(種)은 힘센 게 아니라, 변화에 빨리 적응해 살아남는 것"이라며 끊임없는 개혁을 강조하면 마무리했다. 한 참석자도 "시대 흐름에 뒤쳐진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철야 토론을 벌인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22일 오전에도 각 부서별 정책 이슈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인 뒤 이날 오후 1시 과천청사로 돌아갈 예정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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