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일곱 번째 공판에서 검찰의 질문에 재판부가 화를 냈다. 그 동안 공판을 차분히 이끌어온 재판부로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날 재판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이태관 검사는 한 전 총리의 출입국 현황표를 보면서 당시 총리 의전비서관을 지낸 조모씨에게 "총리가 공무로 해외에 나갈 경우 정부예산으로 출장비가 나오는데 달러로도 지급된다고 하셨죠? (한 전 총리가) 당시 해외체류를 한 게 100일 좀 안 되는 것 같은데요"라며 "대충 출장비가 2만달러 정도 모이는데 반 이상은 (아들 유학생활비로) 쓰지 않았을까요?"라고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는 "검사님! '~할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의견을 물으면 안 되잖아요"라며 "증인한테 (검사가) 아는 걸 물어봐야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검사 옆에 있던 권오성 부장검사까지 나서서 "통상 외국에 아들이 나가 있으니 돈이 많이 들 것 같다는 의미였다"고 항변했지만, 김 부장판사는 "총리가 체류할 국가가 다 등급으로 정해져 있고, 그것에 따라 얼마를 받는지도 규정돼 있는데 그에 맞춰 계산한 자료를 제출하지도 않고 증인의 의견을 묻습니까?"라고 나무랐다. 증거로 재판부를 설득해야 하는 수사기관이 증인의 '상상적' 의견을 구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검찰은 조씨에게 "당시 총리공관 오찬은 사적 모임의 성격이 강했는데 그럼 정세균, 강동석 전 장관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넷이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서 (장관들에게) 먼저 나가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질문했다가 바로 "아, 이것도 의견이죠. 죄송합니다"라고 스스로 말을 주워담았다. 재판부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자 말 없이 허탈한 웃음만 지었다.
이 날 재판에서는 한 전 총리가 골프를 치는 지 안 치는지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진실공방을 벌였으나 서로의 주장만 밝힌 채 결론 없이 끝났다.
한편 한 전 총리 재임시절 총리 수행과장을 지낸 강모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총리 재임기간 동안 한 전 총리가 달러를 사오라고 원화를 주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달러를 주면서 원화로 바꿔오라고 지시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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