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교직원노조 소속 교사들의 명단 조사에 착수한 것은 사실예견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교과부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학부모들의 알권리를 들어 전교조 교사 명단 제출을 거듭 요구했지만 "인권 침해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안병만 장관도 국회 출석 등을 통해 "교원 노조 교사 명단 공개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위험하다"는 방침을 견지했다. 그러나 최근 법제처가 공개해도 무방하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더 이상 명단 공개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
문제는 명단 공개가 가져올 파장이다. 교육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명단 공개 논란이 6ㆍ2지방선거의 새로운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무상 급식 논란과 관련해 야권에 사실상 주도권을 뺏긴 한나라당으로선 전교조 심판론을 국면 전환용 카드로 활용할 개연성이 높다.
법제처의 유권해석 이후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교육 문제가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며, 전교조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 이번 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몰아 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을 정도다.
여권은 전교조가 교원평가제 시행도 반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소속 교사 명단 공개 거부를 집중적으로 이슈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시점 및 방법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ㆍ도교육청이 취합 중인 전교조 교사 명단은 이르면 24일께 교과부에 제출돼 분류 작업 등을 거친 뒤 내달 중순께 조 의원을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여권은 이 시점에 맞춰 교육감 선거 구도를 전교조 대 반전교조로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이른바 전교조 심판론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학습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주경복 후보와 박빙 레이스를 벌였던 공정택(전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선거 막판 서울 전역에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진다"는 플래카드를 내걸면서 승부수를 띄워 2만여표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하지만 교육계 보수 진영과 여권 일각에서는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가 오히려 진보 진영의 위기 의식을 자극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경계론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치러진 경기도교육감선거에서도 보수 성향 후보들이 MB 교육정책 심판론을 내세운 김상곤(현 경기도교육감) 후보를 겨냥해 '전교조 이념 교육, 교육이 무너진다'는 내용으로 공격했으나 효과를 보진 못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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