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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줄 서시오'로 변한 중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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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줄 서시오'로 변한 중국시장

입력
2010.03.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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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찬밥 신세'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년간 자본 유치를 위해 외국기업에 환영 일색의 러브콜을 보내왔으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국내기업 육성에 치중, 이제는 투자를 골라 받거나 오히려 중국 내부 사정을 고려해 역차별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세계 1, 2위도 허가 확신 못해

중국에 이미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외자유치 정책에 따라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외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중국 당국과 관계가 소원해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1일 발효된 중국의 특허규정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국계 투자자가 제약이나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에 뛰어드는 데 특허관련 비용을 늘려 특허권이 많은 기업의 진입장벽을 높였다. 특히 외국 제약사들은 중국 정부가 정한 가격에 현지 업체들에게 라이선스를 내주도록 통제를 강화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정부가 토종 기술을 육성하겠다며 컴퓨터나 통신 등 외국계 정보기술(IT)업체들과 계약을 맺을 때 투자금액을 수백억 달러로 제한하도록 했다.

또 최근에는 에르메르와 베르사체 등 세계적 명품 의류업체들의 수입제품에 대한 품질 조사를 벌이는 등 세계 최대의 명품시장인 중국으로 몰려드는 외국업체들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이쯤 되자 못 살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세르즈 아부 유럽연합(EU) 주중대사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내 EU기업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처지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중국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차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 설립허가 신청서를 최근 제출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중국정부의 최종 결정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중국정부는 국내업체 보호를 위해 자국 업체 BOE와 IVO, TCL에게 먼저 허가권을 내주었다. 또 공급과잉을 우려해 당초 외국계에 5~6개 공장을 허가하겠다던 방침을 바꿔 그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1,2위업체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대만의 3개 업체, 일본의 1개 업체 가운데 2개 정도에만 허가를 내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과 대만 양안간 해빙무드를 타고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 대만 업체를 우선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은 양자택일돼야 하는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 경우 그'후폭풍'은 중국시장뿐 아니라 세계시장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다 보니'둘 다 되든, 둘 다 떨어지든'중국이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류우익 대사의 첫 번째 시험대

지난해 11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은 한국업체들의 LCD투자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국내의 기술유출 논란을 잠재우고 중국 투자를 승인하기가 무섭게 중국은"이제 줄을 서시오"라며 오만한 자세로 돌변했다. 류우익 주중한국대사는 상무부와 해당성장 등 중앙ㆍ지방정부 고위인사들을 잇따라 만나며 우리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 1,2위 업체의 순위가 무색할 정도로 정치적 배려가 더 변수로 작용하는 중국의 분위기는 우리에게 불리하다.'힘센 대사' 류 대사가 취임 2개월 만에 맞은 첫 번째 시험대인 LCD투자건에서 과연 어떤 성과를 이끌어 낼지 주목된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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