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밤 태국 파타야 해변. 30도를 웃도는 후텁지근한 날씨에, 공연이 시작된 지 4시간이 넘었지만 관객들의 표정에서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7,000여명이 어깨를 맞대고 붙어 선 객석의 열기는 오히려 점점 더해갔다. 그리고 일순 공연장에 고막을 찢을 듯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을 대표해 태국을 찾은 가수 중 첫 번째로 에프엑스가 무대에 올랐기 때문. 앞서 공연한 여느 외국 가수와 비교할 수 없는 환호였다.
이날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 '2010 파타야 국제 뮤직 페스티벌'은 파타야 해변이 태국인지 한국인지 분간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 가수에 열광하는 태국 팬들은 우리말 가사를 너무도 능숙하게 따라 불렀다. 한글로 쓴 응원 팻말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에프엑스, 휘성에 이어 한국 가수 중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애프터스쿨의 주연은 태국 팬들에게서 깜짝 생일 축하를 받기도 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태국 관광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태국 음반유통사 GMM 그래미가 공동 주관한 행사. 에프엑스, 휘성, 애프터스쿨은 입을 모아 "태국에 우리 팬이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 문화를 즐긴다. 태국에서 14년째 살고 있다는 대학생 정유진(22)씨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은 재미있고 신나는 걸 좋아하는 태국 사람들에게 최고 인기"라고 말했다.
GMM 그래미의 한국 음반 담당자 페치 씨는 "한국 가수들은 빼어난 외모뿐 아니라 음악도 중독성이 있고, 남자 가수들의 안무가 태국과 달리 강렬해서 인기가 많다"며 "지금은 일본보다 한국 문화의 인기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첫 해외 프로모션에 나선 애프터스쿨은 "외국에서의 첫 공연이었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며 "한국에서 활동할 때 더 힘을 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말했다. 태국을 처음 찾았다는 에프엑스는 "팬들이 생각보다 너무 열광적으로 환호해줘서 좋았다"며 "앞으로 단독 공연도 해서 한국을 더 빛내고 싶다"는 각오도 밝혔다. 김경희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사무국장은 "한국 가수들의 파타야 국제 뮤직 페스티벌 참여는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며 "만국 공통어인 음악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애프터스쿨은 20일에는 파타야의 한 고아원을 방문,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관람했으며 한글이 새겨진 티셔츠와 학용품 세트 등도 선물했다.
파타야=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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