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아, 방랑자, 도둑, 동성애자…. 극작가 장 주네(1910~1986)의 이름 앞에는 '테두리 밖의 인간'이라는 딱지가 늘 붙어 있다. 현대의 폭력성과 부조리를 연극화하는 데서 그는 이오네스코, 베케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가다. 그러나 한국서는 1990년대 이후 재기발랄한 연출가들이 종종 무대화해 온 '하녀들'을 뺀다면 여타 작품은 한두 번 상연에 만족해야 했다.
장 주네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 그를 기리는 일련의 무대가 오른다. '장 주네 탄생 100주년 기념 2010 현대극 페스티벌'은 뮈토스, 창파, TNT 등 6개 극단이 함께 만드는 큰 무대다. 선이 악으로 대체되는 가치전도의 상황으로 현대를 상징한다.
극단 뮈토스의 '유형지'는 숨막히도록 고립된 공간 속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보고서다. 무미건조하고 폐쇄적인 유형지에는 오직 폭력에 의한 위계 질서만이 존재한다. 새로운 죄수가 오면서 기존 질서에 균열이 생기지만, 그가 어느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간수마저 죽게 되면서 유형지에는 두 악당만이 남아 경쟁을 한다. 오경숙 연출. 21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범죄 집단이 호텔을 점령,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기성 사회와 같은 조직과 규칙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충돌의 양상은 어떨까. 21일까지 우석레파토리극장에서 공연되는 극단 완자무늬의 '우리가, 이렇게, 멋지게,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이다. 원제는 호텔 이름인 '스플랑디스'.
극단 창파의 '검둥이들'은 일단의 흑인들이 백인 관객 앞에서 백인 여인을 살해한 사건을 상징적 형식으로 보여준다. 어떤 구성도 형식도 필요 없이 전개되는 이 작품을 두고 주네는 '광대 익살극'이라 했다. 채승훈 연출. 24~28일,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이 극단의 '엘르'는 주네가 유일하게 상층 계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주인공은 교황을 성스러운 이미지 뒤에 숨은 꼭두각시로 여기며 대놓고 조소한다. 4월 14~25일, 청운예술극장.
청운예술단의 '엄중한 감시'가 뒤를 잇는다. 곧 석방될 죄수, 신참, 곧 사형될 죄수 등을 통해 감옥이라는 폐쇄 사회의 내면을 구조적으로 해부한다. 글을 모르는 살인범 대신 다른 죄수가 그의 아내에게 편지를 써준다. 그러나 그 죄수가 아내를 빼앗을 거라는 살인범의 오해로 감방은 지옥이 된다. 15~28일, 청운예술극장.
극단 떼아트르봄날의 '발코니'는 사람들을 가짜 이미지로 기만하는 성도착 클럽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인식이 얼마나 자기기만적인가를 보여준다.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보이는 것은 그저 믿는 인간들에 대한 짙은 회의다. 31일~4월 11일, 청운예술극장.
한편 주네의 대표작 '하녀들'을 미국의 여성 극작가 웬디 케슬먼이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각색한 '뺑뺑 자매는 왜?'로 바뀌어 상연,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극단 TNT의 이 무대는 국내 초연이다. 이지훈 연출. 24일~4월 4일, 우석레파토리극장. (02)764-7606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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