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해 검찰은 정치적 검사들을 솎아내야 하고 동시에 99%에 달하는 일반 사건들을 열심히 수사해야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검찰총장을 지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전 총장은 18일 오후7시 서울 관훈동 신영기금회관에서 법조언론인클럽 주최로 열린 ‘검찰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간담회에서 평소 생각과 과거의 경험들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전직 검찰총장이 퇴임 후 공식 석상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정 전 총장은 “지난해 사법연수원생들에게 법조 3륜의 문제점을 물었더니 70%가 검찰이 불신 받는 이유로 ‘정치검찰’을 꼽더라”며 “정치권력은 검찰을 장악하고 싶어하고 그 수단으로 인사권을 사용하려 하기 때문에 인사 과정에서 정치권과의 연계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검찰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검사들을 솎아내는 일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진정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검사들이 1%에 불과한 정치적 사건보다 99%에 달하는 일반 사건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장은 검찰 인사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총장 임기 2년은 너무 짧고 최소 3년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3년씩 다니지 않느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수시인사제 등을 도입해 부장검사들도 2,3년 동안 한 곳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또 “언론은 자주 검찰이 표적수사를 한다고 비판하는데 모든 비리를 다 수사할 수 없는 만큼 특별수사는 기본적으로 표적수사인 것이 맞다”며 “비판은 표적수사라는 데 모아져서는 안 되고 수사가 불편부당한지, 공정한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대형사건 수사에 대한 여론 동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신문을 종류대로 모두 펼쳐놓고 일일이 비교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정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감히 말할 수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참견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후 실제로 참견한 적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검찰총장으로서 누구와도 상의하지 못하고 혼자 결정해야 할 때가 많아 외롭고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사태에 대해서는 “어느 언론에 소회를 말한 적이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당시 그는 한 언론에 “노 전 대통령이 거짓말했다고 보지 않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당신이 바보가 됐다. 바보니까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인 정 전 총장은 2005년 검찰총장에 취임해 임기 2년을 무사히 마치고 정권교체 직전인 2007년 11월 검찰을 떠났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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