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 가족이나 친지의 사망, 본인의 입원'
금융투자협회에서 시행하는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등 7개 금융 관련 자격시험에 응시 접수를 했다가 이를 취소하려면 세 가지 중 한 가지 사유에 해당돼야 한다. 증빙 서류를 첨부하면 예외가 인정된다고는 하지만, 갑작스레 일이 생기거나 입원할 만큼 아프지 않으면 취소할 수 없다. 응시 취소나 연기가 불가능하니 응시료(3만원)도 돌려받지 못한다.
자유롭게 시험 접수를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은 시험 접수 기간 단 5일뿐. 접수가 마감되면 이후 시험일까지 21일 동안은 사실상 환불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금투협측은 "자유롭게 환불을 허용할 경우 일단 신청만 해놓고 실제 응시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지는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투자협회의 규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는 유사한 다른 시험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시험 '5일 전'까지 환불해주도록 했던 국가기술자격시험에 대해서는 그 기간을 '하루 전'까지 연장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가전문자격시험과 대학 입시에 대해서는 시험 10일 전까지 환불하도록 조치했다.
민간 자격시험도 마찬가지다. 토익은 시험 전날 낮 12시 전에 접수를 취소하면 응시료의 40%를 돌려주고, 대부분의 어학ㆍ컴퓨터 관련 자격시험도 시험 일주일 전까지는 응시료를 환불해준다. 같은 금융권에서도 보험은 보험계리사 손해사정사 등 자격시험의 경우, 올해부터 응시수수료 환불이 가능해졌다. 유독 금융투자협회 주관 자격시험만 응시취소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21일 치러진 펀드투자상담사 시험의 경우 전체 접수자(3만3,000명) 가운데 65%인 2만1,000명만 응시했다. 게으른 수험생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포기했을 터. 응시료 환불거절로 인해 어쨌든 선의의 미응시자들로선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는 회원사와 투자자에게 '선진 금융기법'과 '선진 투자문화'를 주문하기에 앞서 스스로 선진화한 자격시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남보라 경제부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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