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요! 싫어요! 만지지 마세요."
빨간 망토를 쓴 50cm 크기의 '바람돌이' 인형이 무대 위에서 말하자 주위에 둘러 앉은 4세부터 7세의 남녀 어린이 100여명이 목청껏 합창했다.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대평어린이집 강당에서 '우리 몸은 소중해요'라는 주제로 열린 성 학대 예방 인형극. 이날 아이들이 지켜본 상황은 세 가지 경우였다. ▦놀이터에서 아저씨가 다가와 장난감을 준다며 자동차 안으로 유인하려 할 때 ▦집을 물어본 뒤 데려다 주겠다고 할 때 ▦좋은 옷이 있는데 그걸 입혀 줄 테니 옷을 벗으라고 할 때 등이다. 이 때 마다 바람돌이 인형이 나타나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상기시켰고, 아이들도 큰소리로 따라 외쳤다.
이날 상황극은 아동구호시민단체인 굿네이버스의 실버인형극단이 성학대 상황에 대비한 어린이들의 대응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67세에서 89세의 할머니 12명으로 구성된 '굿네이버스 실버 인형극단'은 조두순 사건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늘어난 데 따라 지난해 3월부터 20차례 정도 아동 성학대 예방교육 성격의 공연을 펼쳐왔다.
이날 도깨비 역할을 했던 김남숙(89) 할머니는 "부산 여중생 사건 등 끔찍한 일이 터질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연극을 통한 교육효과가 큰 만큼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수경 대평 어린이집 보육선생은 "사실 이 나이 때의 아이들 대부분은 호의를 베풀고자 하는 낯선 어른의 의도를 구별하지 못한다"며 "어린이들의 분별력과 대처능력을 길러준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강서구에 있는 모든 유치원에서 성학대방지 예방극을 펼칠 예정이다. 문의 02-6717-4144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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