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5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선물했다는 1,000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두고 진실 공방을 펼쳤다.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대한통운 전 서울지사장 황모씨는 "'귀한 분에게 선물할 게 있으니 돈을 준비해서 서울의 한 골프숍으로 가져오라'는 (곽씨의) 전화가 와서 2,000만원을 가져다 줬다"고 진술했다. 황씨는 이어 "골프숍에 도착한 뒤 곽씨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골프채를 선물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미리 골프채를 고른 곽씨는 점심 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중에 골프채를 실제로 들고 갔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앞서 한 전 총리가 곽씨와 함께 골프숍에 갔지만 골프채는 거부하고 모자만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변호인은 황씨가 골프채 관련 진술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변호인은 황씨의 진술조서 말미에 적힌 '선처를 바란다'는 부분을 지적하며 "곽씨와 함께 횡령 사건으로 처벌받을 것을 걱정해 진술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곽씨의 횡령 금액 일부는 황씨의 서울지부에서 조성됐다. 황씨는 "잘못했으면 (처벌)받는 걸로 알고 있다"고 골프채 진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검찰은 황씨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골프숍 전무 이모씨에게 한 전 총리 이름이 적힌 매출기록을 제시했고, 이씨는 "예외는 있지만 구입 당사자를 넣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전 총리가 골프채를 가져갔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이 증인으로 출석, "참여정부 인사시스템으로 총리가 공기업 사장 선임에 개입할 여지도 없고, 한 전 총리에게 청탁 받은 바도 없다"며 공기업 사장 선임과 한 전 총리의 업무연관성은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석탄사업과 무관한 물류업 출신의 곽씨가 추천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박 전 수석은 "적자였던 석탄공사는 법정관리에 있던 대한통운을 회생시킨 곽씨의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곽씨는 1순위로 인사추천회의에 올라왔지만, 강원도 일대 사업장 폐광으로 사회적 마찰이 예상돼 정무적 고려에 따라 이 지역 지자체장 출신을 사장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석탄공사 사장 탈락 후 곽씨가 남동발전 사장으로 가게 된 것도 "곽씨 능력을 고려해 인사수석실에서 사장에 응모해 보라고 권유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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