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한국 남자농구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금융권 위주의 남자농구에 '재계라이벌' 삼성과 현대가 뛰어들었다. 삼성은 1978년 2월28일, 현대는 그보다 하루 늦은 3월1일 창단했다.
막강한 재력으로 무장한 삼성과 현대는 단숨에 남자농구를 평정했다. 삼성은 조동우 임정명 박인규 신동찬 안준호 김현준 등, 현대는 박수교 이충희 김성욱 조명수 등 국가대표들로 무장했다.
그룹 오너들의 농구사랑도 각별했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은 농구만은 늘 직접 챙겼다. 때문에 8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만 해도 두 팀간의 대결은 전쟁이었다. 삼성은 84, 87년, 현대는 83, 85, 86년 통합우승을 이뤘다.
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두 팀간의 라이벌 의식은 다소 약해졌다. 2001년 현대가 KCC로 바뀐 뒤로는 더 그랬다. 하지만 '너에게 질 수는 없다'는 근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프로 출범 이후 10년간 플레이오프에서 만나지 못했던 두 팀은 2007~08시즌 처음으로 맞닥뜨렸다. 각각 6강을 가볍게 통과한 삼성과 KCC는 4강에서 격돌했다. 결과는 3승 무패 삼성의 완승. 여세를 몰아 삼성은 챔피언 결정전에까지 나갔다.
지난 시즌 챔프전은 KCC의 설욕 무대였다. KCC는 3승3패로 맞선 전주 7차전에서 삼성을 누르고 4번째(현대 포함) 우승을 맛봤다. 프로 출범 후 삼성의 우승은 2001년과 2006년 두 차례.
삼성과 KCC가 1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친다. 앞선 세 차례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는 KCC가 2승1패로 앞섰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이 승리하면 19일 최종 5차전을 치러야 하고, KCC가 이기면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다. 이번 시즌을 포함해서 두 팀간의 플레이오프 맞대결 전적은 7승6패로 삼성의 우세.
기적을 노리는 안준호 삼성 감독은 "안방에서 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며 필승을 약속했다. 3승1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싶은 허재 KCC 감독은 약속된 플레이가 잘 안 돼서 3차전을 졌는데 4차전에서는 끝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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