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복잡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사랑은 복잡해> (It's complicated)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젊은 여자와 바람나 떠난 전 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와 그 아픔을 딛고 열심히 사는 이혼녀 제인(메릴 스트립), 그들이 10년 만에 거꾸로 불륜의 연애를 하면서 생기는 복잡한 상황, 감정의 굴곡들… 로맨틱 코미디지만 보는 내내 숨이 찼다. 사랑은>
여야 승부 속의 더 복잡한 셈법
엔딩 자막이 나오면서 함께 영화를 본 아내는 미세한 감정을 무리없이 연기한 메릴 스트립의 연륜, 또 그녀가 새 남자(스티브 마틴)를 만나게 된다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설정에 이런저런 평가를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직업 때문인지 영화 장면보다는 6ㆍ2 지방선거가 떠올랐다.
아마 이번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감정적 측면이 짙게 드리워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선거하면 여야 승부가 우선적 관심사고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주된 의미이지만, 이번에는 그런 전통적 관점 이상의 복잡한 그 무엇이 있다.
복잡한 그 무엇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있다. 두 사람은 비록 한나라당이라는 한 배를 타고 선거를 치르겠지만, 과정과 결과에 있어 생각과 셈법이 전혀 다르다. 당장 최대 현안인 세종시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은 상대의 급소를 겨냥하는 살벌한 검법을 썼다. 각각의 세력인 친이, 친박도 선을 넘었다.
잠시 휴전이 이루어진 형국이지만, 친이는 "절대 박 전 대표에게 나라를 맡기면 안되겠더라"며 넌더리를 치고 친박은 "MB가 원칙도, 신뢰도 없다는 것을 재삼 확인했다"며 분을 삭이는 것을 보면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게 파여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대목이 지방선거 이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친이 세력이 박 전 대표의 지도자적 자질에 심각한 의문을 품고, 그의 집권 이후를 두려워한다면 뭔가를 모색할 것이고, 그 모색은 필연적으로 세종시 논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쟁투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파열음은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이겼을 때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친이가 박 전 대표를 제어하려 한다면, 그 카드는 개헌과 인물 두 가지일 것이다. 개헌은 현재의 권력과 국회가 차기 권력의 틀을 정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여권의 대주주인 이 대통령의 영향력이 가장 크고, 박 전 대표는 차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더라도 피동적 위상이 된다. 특히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면 개헌 논의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자는 명분 아래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흘러갈 수 있다. 만약 이런 국면이 조성된다면 박 전 대표는 내각제나 이원집정제 논의를 '야합'으로 몰아가며 필사적인 저항을 할 것이다.
보다 전통적인 방식은 대안 인물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이 결국 대세를 따랐다는 게 통설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중반에는 유력 후보조차 아니었고 김 전 대통령도 국민회의를 만들 때만 해도 대권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았다. 속단은 금물인 것이다.
한 무대에서 각자 춤추는 선거
그 대안이 누가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친이는 훗날에 대비, 지방선거를 통해 자파 시장 군수 지방의원들을 가능한 한 많이 배출하려 할 것이다. 이들이 대선후보 경선의 주요 대의원들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당 차원의 선거간판으로 나서지는 않겠지만 후보들에 대한 개별적인 지원은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함께, 그리고 각자 선거를 치르는 셈이다.
야권도 농도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유시민 등이 'MB정부 심판'이라는 한 무대 위에서 각자 다른 춤을 선보일 것이다. 이래저래 복잡할 수밖에 없는 지방선거 이후를 염두에 두고 이번 선거를 유심히 지켜보자.
이영성 편집국 부국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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