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수도 방콕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지지자들이 16일 정부청사 정문에 혈액을 대량 투척하는 전대미문의 시위를 벌이면서 태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에이즈 등 질병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16일 오후 5시께(현지시간) 시위대는 자신들이 뽑은 혈액을 수십 개의 대형 플라스틱 물통에 담아 정부청사 정문과 집권 여당인 민주당 당사 주변에 쏟아 부었다. 이날 시위는 UDD 공동 대표인 웽 토지라칸이 시위대에게 "한 명당 10㏄씩 100만㏄의 피를 모아 총리 공관 앞에 뿌리자"고 선언하면서 시작했다. "피는 무슨 색이냐? 바로 붉은 색"이라는 외침이 확성기를 통해 퍼져 나가는 가운데 이날 약 500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동원돼 시위대의 피를 모았다. 시위대에 따르면 이날 5만 여명으로부터 약 50만㏄의 혈액을 모았다.
혈액시위는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15일 TV 연설을 통해 "시위로 인해 내가 물러나거나 의회를 해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탁신의 재산 절반 가량을 몰수한 지난달 대법원 판결에 반발해 12일부터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는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회원 10만 여명은 당초 아피싯 총리에게 15일 정오까지 의회를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미동도 하지 않자 시위 지도부는 탁신 지지를 상징하는 소위 '레드셔츠'의 투쟁의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붉은 피를 뽑아 뿌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극단적 방식은 도리어 시위대의 이탈을 불러오고 있다. 레드셔츠에 동조한다는 한 군 장성은 AP통신에 "이 같은 전략은 지도부에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태국 경찰에 따르면 혈액시위가 실시된 16일 실제로 시위대열을 벗어나 고향으로 향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규모 질병 전염 가능성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도 예상된다. 태국 적십자사는 "많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혈액을 시위에 이용한다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라고 비난하며 "피를 뽑는 바늘이 재사용되면 간염과 에이즈 감염의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태국 당국은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이들의 혈액시위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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