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쿼터 종료 6분10초 전. 잘 뛰던 KCC 테렌스 레더(2리바운드)가 허탈한 표정으로 벤치로 돌아갔다. 이내 외투를 챙겨 입은 레더는 코트에 남은 동료들을 박수로 독려한 뒤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미 테크니컬 파울을 한 차례 받았던 레더는 삼성 이승준과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제대로 힘 한번 못 써 보고 퇴장 당했다.
경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 대들보를 잃은 KCC는 위태로워 보였다. 당시 스코어는 31-25의 삼성 리드. 그러나 경기 종료 버저 후 스코어는 99-86, KCC의 승리였다. 1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10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을 잡은 KCC가 삼성을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제압,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 진출했다. 3시즌 연속 4강에 오른 지난 시즌 챔피언 KCC는 오는 21일부터 정규시즌 2위 KT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툰다.
2쿼터 레더의 퇴장 이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였던 KCC는 오히려 똘똘 뭉쳤다. 아이반 존슨(38점 12리바운드 3어시스트)이 레더 몫까지 책임지는 만점 이상 활약을 펼쳤고, 2년차 강병현(25점 3리바운드ㆍ3점슛 3개)이 코트를 날아다니다시피 하며 연이어 포효했다. 강병현의 연속 득점에 힘입은 KCC는 3쿼터 3분여를 남기고 69-56, 13점차까지 스코어를 벌렸다. "3차전서 '멍만 때리고' 있었으니 4차전엔 잘할 것"이라는 허재 감독의 믿음이 그대로 적중한 셈. 강병현은 3차전서 14분 넘게 뛰고도 무득점에 그쳤다. 경기 종료 5분여 전 5반칙으로 퇴장 당했으나 '대세'에는 영향이 없었다. 이후 KCC는 전태풍(16점 4리바운드 7어시스트)과 존슨의 착실한 득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이승준(34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이 분전한 삼성은 3쿼터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삼성은 48-42 리드로 3쿼터를 시작했지만, 3쿼터 종료 후 스코어는 66-74 열세였다. 3쿼터에서만 무려 14점을 뒤진 셈. 잇따른 실책(7개)으로 KCC에게 연속해서 속공 찬스를 내준 게 뼈아팠다.
부상 중인 하승진에게 이날 휴식을 준 KCC는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낸 게 천만다행이었다. 허재 감독은 "(하)승진이가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보다 키나 덩치가 커 부상 회복이 느리다. 4강에서 뛸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아직은 확실하게 말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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