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메가히트작 '아바타'에 내재된 화두는 '에너지 고갈'이다. 전 미 부통령 앨 고어가 던진 '불편한 진실'도 '에너지 낭비'가 밑바탕에 있다. 지난 해 타임지는 '제5의 에너지'를 '에너지 절약'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는 경제적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결코 무한하지 않고 때로는 값비싼 비용을 요구한다. 어디 그뿐이랴. 부산물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치명적인 오염물질을 남겨, 환경파괴의 주범이 될 뿐 아니라 결코 우리의 후세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은 부채이다.
우리는 '값싸고 깨끗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꿈꾸고 있으나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녹색기술 혁명'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 지금 당장 우리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바로 '에너지 절약'이다.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소비를 줄여' 절약할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무절제한 에너지 소비가 몸에 배이면 그 즐거움을 쉽게 떨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을 시장원리에 따라 연동시키는 '에너지 가격 연동제'는 에너지 소비 주체에게 소비의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즉 에너지 원료의 가격 변동을 사용요금에 적절히 반영하여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고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일시에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의 짐을 안겨 주는 것에서 탈피하여, 원료가격이 상승하면 요금 부담을 적절히 분산시켜 파급 효과를 완화하고 원료가격이 하락하면 요금을 즉시 인하하여 소비자에게 하락 분만큼 그대로 돌려주는 가격중립적 정책이다.
이제 소비자는 '국제유가상승'이라는 헤드라인 뉴스로부터 에너지소비 절약 시그널을 무의식적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고, '나'에게는 조금이지만 '우리'가 되면 그 양은 엄청나다.
국내에서는 도시가스와 열, 항공요금에 이어 전기요금에도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된다고 한다.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면 소비자의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여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사업자인 한국전력의 경영성과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 부문에 에너지 가격 연동제가 시행되면 9,000억원에 달하는 국가적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유가는 70~80달러대로 고공행진을 벌였던 2년전에 비해 안정적이긴 하나,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불, 석유, 원자력, 수소 및 태양 에너지보다 강력한 에너지는 '에너지 절약'이다. 미국은 1974년에, 일본은 1996년에 이미 전력 부문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이제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왔다. 그 혜택은 중장기적으로 모든 경제 주체에게 돌아갈 것이며, 가장 큰 수혜자는 우리 소비자들이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김발호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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