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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Again 레드 물결" 패션 월드컵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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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Again 레드 물결" 패션 월드컵은 시작됐다

입력
2010.03.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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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레즈 티다!"

18일 점심시간대 명동을 걷던 젊은 여성들의 발길이 남성복브랜드 아날도바시니 매장 앞에서 멈칫한다. 인기 한류스타 배용준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축구팀을 응원하는 대형 포스터가 내걸린 매장에는 쇼핑하기엔 좀 이른 시간이다 싶지만 고객들로 북적인다. 매장 직원은 "(월드컵 티셔츠를) 3월부터 팔기 시작했는데 많으면 하루에 200장도 나가요. 한국인만 아니라 일본 관광객들도 엄청 사거든요"했다. 벤쿠버올림픽의 환희가 아쉬운 것일까 아직 남아공월드컵 개막까지는 두 달 남짓 기간이 있지만 패션업계의 월드컵마케팅은 벌써 불을 뿜고 있다.

전국을 붉은색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02 한일월드컵. 코흘리개 꼬마부터 할아버지들까지 다투어 가슴에 새긴 것이 'Be the Reds'였다면 올 여름 축구팬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한결 넓어졌다. 한국인의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색 티셔츠는 한가지이지만 구호는 'ALL THE REDS' 'The Shouts of Reds, United Korea' 'KOREA REGEND' 'NEVER ALONE' 등으로 다양해졌다. 월드컵마케팅을 노린 패션ㆍ스포츠브랜드들이 공식 후원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월드컵 관련 상품을 쏟아낸 덕이다.

월드컵마케팅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패션그룹 형지다. 아날도바시니를 비롯, 여성크로커다일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을 운영하는 이 업체는 이달 초부터 전국의 1,000여개 전 브랜드 매장에서 'ALL THE REDS' 문구가 쓰여진 월드컵 티셔츠 및 관련 제품들을 일제히 출시하며 월드컵캠페인에 돌입,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배용준을 비롯해 박진희 손예진 한채영 이요원 등 빅모델들이 캠페인에 동참한 것도 눈길을 끈다. 'ALL THE REDS'는 K리그 서포터즈연합(KSU)의 2010년 공식 슬로건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붉은악마 공식 티셔츠를 출시, 100만장을 팔아치운 베이직하우스도 월드컵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유니세프와 손잡고 월드컵이 열리는 아프리카지역 어린이를 돕는다는 취지아래 'NEVER ALONE'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또 대명콜렉션은 대한축구협회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KOREA REGEND'문구와 대한체육회 엠블럼이 찍힌 붉은 티셔츠를 출시, 현재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남아공월드컵 공식후원사인 현대차는 공식 응원 슬로건인 'The Shouts of Reds, United Korea'를 담은 티셔츠를 거리응원전에서 무료 제공할 방침이다. 축구스타 박지성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는 질레트코리아는 이번 월드컵 특수를 겨냥, 한국 한정판 면도기를 출시하기도 했다. 면도기 손잡이에 태극 문양과 축구공 모양을 넣어 제작한 것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박지성 선수를 비롯한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패션브랜드들이 레드 컨셉 제품에 올인하고 있는 것과 달리 스포츠브랜드 푸마는 보다 패션 지향적인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푸마가 후원하는 이탈리아 스위스, 카메룬 등 7개국 월드컵 본선 진출팀의 축구복을 일반용으로 제작 판매하는 것은 물론 남아공월드컵의 해를 맞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티스트 케힌데 와일리와 손잡고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을 출시했다. 와일리의 제품에서 따온 화려한 그래픽 패턴들을 티셔츠와 바람막이 재킷, 캐주얼 백, 신발끈이나 팔찌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운동화끈 등에 응용한 제품들은 이국적이고 대담한 색상 배합으로 패션애호가들을 사로잡는다.

패션 및 스포츠업체들이 서둘러 월드컵캠페인에 나서는 것은 국제적인 스포츠 빅이벤트의 광고 및 매출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국내 피겨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김연아의 경제 창출 효과가 5조원이라는 발표나 프리스케이팅 시 착용했던 제이에스티나의 귀걸이, 1박2일 짧은 귀국 후 출국 당시 입었던 나이키 재킷과 쿠아의 여성용 스포츠백이 불과 일주일 만에 모두 매진 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은 국내 새벽시간대에 일정이 잡혀 다소 미진했으나 2002년 한일월드컵은 국제경기가 패션업계에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붉은악마가 입었던 Be the Reds 티셔츠는 전국적으로 1,500만장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티셔츠 한 장에 1만원으로 단순 계산 하더라도 1,500억원대에 달한다. 패션업계엔 아쉽게도 당시 Be the Reds 티셔츠는 브랜드가 아닌 재래시장 소상인들에 의해 제조판매됐다.

김승호 형지 마케팅팀장은 "올해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팀 경기가 오후 8시대에 잡혀 거리 응원전이 가능해지는 등 2002년의 열기가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표팀이 선전할 경우 전체 티셔츠 시장은 2,000만장까지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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