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7일 앙숙으로 지내던 폭스뉴스에 출연했다. 과거 "보수세력의 나팔수" "언론기관으로 대우받아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던 폭스뉴스 카메라 앞에 오바마 대통령이 선 것은 이념 다툼보다 건보개혁 처리가 더 화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수성향 유권자 사이에 폭스뉴스의 위상을 감안한 것이다.
백악관에서 1시간 분량으로 진행된 인터뷰는 예상대로 팽팽한 긴장감속에 진행됐다. 인터뷰를 진행한 브렛 베이어는 건보개혁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답변이 길어지자 중간에 수 차례 말을 잘랐고, 오바마 대통령도 지지 않고 "내 대답을 끝까지 들으라"고 대응했다.
베이어가 인터뷰에 앞서 시청자가 올렸다는 1만8,000개의 질문 중 건보개혁에 비판적인 2개의 질문을 소개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매일같이 4만개의 이메일을 받고 있다"고 응수했다. 미 언론들은 "베이어가 도발적으로 질문을 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꾸짖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방위 노력에 맞춰 건보개혁안에 대한 지지세도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좌파 중의 좌파'로 불리는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이 강력한 반대입장에서 하원 표결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으로 180도 선회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건보개혁 대중집회을 위해 15일 쿠치니치 의원의 지역구인 오하이오로 가면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 그를 동승시킨 '성의'를 보인 것이 통한 것이다. 쿠치니치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과 의견 차이가 있지만 미국을 위해 훨씬 더 화급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건강보험에 대한 포괄적 개혁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나의 찬성표를 보아달라"고 말했다.
쿠치니치 의원 외에도 '부동표'로 분류됐던 댄 머페이 의원도 찬성표를 던지는 쪽으로 뜻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태지원에 관대한 개혁안 내용 때문에 건보개혁에 반대했던 가톨릭계도 미묘한 입장변화가 보인다. 진보적 가톨릭 수녀들의 단체인 '네트워크(NETWORK)'가 개혁안에 찬성한다는 서한을 의회에 보냈고, 가톨릭 교계가 운영하는 600여개 병원 연합체인 가톨릭보건협회도 찬성으로 돌아섰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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