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청송지역 교정시설에 사형수와 흉악범, 성폭행범 등을 모두 수용하려 한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이 상당부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의적절한 조치라는 평가도 있지만,'깜짝쇼'성격의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17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흉악범을 모아서 특별관리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실행 대책을 강구했고 그 결과 청송 교정시설들을 흉악범 집중관리 시설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송에는 '감옥 중의 감옥'으로 불리는 국내 유일의 중(重)경비시설 청송제2교도소를 비롯해 3곳의 교도소와 1곳의 직업훈련교도소가 있다. 이 과정에서 사형수들도 함께 수용하는 방안이 강구됐고 이를 위해 청송에 사형집행시설을 설치한다는 데까지 논의가 진전됐다. 사형수들은 사형집행시설이 설치된 곳에만 수용이 가능한데 현재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서울, 부산구치소와 대구, 대전, 광주교도소 5곳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청송교도소에는 사형수를 포함해 성폭행범, 살인범 등 흉악범들이 한꺼번에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무부는 수형자들의 범죄 내용과 전과, 개인 특성, 정신상태, 성장과정 등에 따라 S1~S4의 4등급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청송에는 S4등급 범죄자 중 다른 교정시설에서 난동ㆍ폭행을 일삼거나 도주 전력이 있는 범죄자들이 수용돼 있다. 앞으로는 S4 등급에 해당되는 범죄자들이 대부분 청송에 수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는 수용능력 확대를 위해 청송직업훈련교도소를 서울 영등포지역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관련 시설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흉악범죄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여 환영하는 시각이 있다. 실제 흉악범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처를 요구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우리나라 시스템상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 크게 보호받는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흉악범들에 대해 더욱 엄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 문제는 이념의 측면에서 접근할 사안이 아닌 만큼 보다 국민들도 적극적으로 후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흉악범 집중관리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법조계 인사는 "흉악범을 한 곳에 수용하면 흉악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지나치게 정치적인 사람"이라며 "알맹이가 전혀 없는 전형적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김길태는 일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오히려 감옥생활을 통해 끔찍한 흉악범으로 성장했다"며 "정부는 임시방편의 대책들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치료프로그램 중심의 교정정책을 강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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