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여섯 번째 공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보라고 요구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총리공관 오찬 당시 돈을 전달한 방법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것과 관련, 현재로선 더 이상 공소유지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장에는 돈 봉투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줬다고만 기재돼 있는데, 이렇게는 구체적인 행위가 특정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건네줬다'는 표현에는 의자에 두고 나오는 방법도 포함돼 있는 것이라는 검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공소장 변경 계획이 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검찰은 "없다"고 대답했다가 재판부까지 나서자 결국 "변경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재판에서도 쟁점은 문제의 '돈 봉투'의 진위 및 행방이었다. 오찬 당시 출장요리 서비스를 담당했던 업체직원 박모씨는 증인으로 나와 "오찬이 끝난 후 식탁을 치우면서 돈 봉투를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오찬 중에도 (총리) 수행과장과 경호원은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고 했다. 변호인은 이를 근거로 "문이 열린 상태에서 비서가 지켜보는 가운데 곽씨가 돈 봉투를 놓고 나올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검찰은 "비서들은 후식이 들어간 이후에도 주방 쪽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박씨의 검찰 진술을 공개했으나, 박씨는 "저거(검찰 진술)는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재임시절 총리 공관 경호원을 지낸 윤모씨도 증인으로 출석, "오찬 행사가 끝나면 항상 총리가 먼저 나왔다"며 "8년을 근무하면서 총리가 늦게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만약 총리가 늦게 나올 경우가 생긴다면 총리의 안전을 위해 즉시 오찬장에 들어가는 것이 경호원들의 임무"라고 말해 한 전 총리가 따로 돈 봉투를 챙길 만한 여유가 없었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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