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는 원래 ‘책장과 책장 사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책을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 두는 종이 쪽지나 끈은 ‘갈피표(書標ㆍbookmark)’라고 부르는 게 맞습니다.”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도서관에서 만난 박원복(53ㆍ사진) 관장은 “책갈피 용어부터 바로 잡아야 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관장은 2002년부터 9년 동안 수집해 온 갈피표 1,810점을 23일부터 26일까지 라마다 프라자 수원호텔에서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51개국에서 만든 갈피표가 선보인다.
박 관장의 갈피표 사랑은 수원 도서관 사서로 재직하던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도서관 전산화 사업이 한창이던 때라 손으로 눌러쓴 도서 목록 카드, 빛 바랜 회원 카드 등 예전의 도서관 필수품들이 모두 쓰레기가 됐다. 책을 전산화 관리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이다.
박 관장은 “전산화가 실용성은 높지만 언젠가는 옛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에 도서관 물품 수집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버려지는 회원증, 열람증, 도서목록함, 비품함, 타자기, 잡지 등을 하나 둘 모으다 보니 금세 집안이 도서관 비품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9번의 이사로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부피가 적게 나가는 것을 수집하자는 생각으로 찾아낸 게 갈피표였다.
외국 출장을 가는 지인들에게 갈피표 구입을 부탁하기도 했고, 오래된 희귀품은 경매로 사 들였다. 서울 인사동 등 전국 고서점을 돌아다니면서 한 달에 30, 4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 “얼마 전 경매를 통해 한지에 옻칠을 한 조선시대 ‘서산(書算)’이라는 갈피표를 구입했는데 뒷면에는 책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표시할 수 있도록 해 뒀어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는 갈피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자 한 나라의 문화, 한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로 갈피표를 만들고, 페루는 가죽, 터키는 양탄자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일제 시대에는 일본풍 풍경화가 주를 이뤘다. 60년대에 들어오면서 국보나 관광지를 소개하기 시작했고, 70년대에는 학원들이 나눠주는 학원 홍보물이 주를 이뤘다.
박 관장은 최근 아내 몰래 매달 5만원씩 ‘쌈짓돈’을 만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100개국에서 1만점 이상의 갈피표를 모아 상설 전시를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는 요즘 자신만의 갈피표를 디자인 하고 있다. 박 관장은 “훌륭한 디자인에 좋은 재료로 만든 우리 가족만의 갈피표는 훗날 아이들에게 큰 의미가 담긴 유산이 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글ㆍ사진=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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