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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與 사법개혁안' 반발/ "인사·양형 죄다 간섭…사법독립 침해 더 못참겠다"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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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與 사법개혁안' 반발/ "인사·양형 죄다 간섭…사법독립 침해 더 못참겠다" 폭발

입력
2010.03.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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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8일 한나라당 사법개혁안에 대해 발표한 반대성명은 그 자체로 이례적일 뿐 아니라, 내용도 전례 없이 강경하다. 박일환 법원 행정처장(대법관)이 직접 발표한 성명서에는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존중심마저 잃은 처사' '우리나라의 품격에도 어울리지 않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진행방식 자체만으로도 매우 부적절' 등 작심한 듯한 직설적 표현들이 등장했다. 법원이 한나라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 한나라당의 사법부개혁안에는 아슬아슬한 대목들이 적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법관인사위원회의 설치. 개혁안은 법관 3인과 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전국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장이 추천한 6인으로 법관인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사법부 인사를 담당하는 기구의 구성원 중 사법부 관계자들은 고작 30%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특히, 대통령의 직접적인 영향력 하에 있는 법무부 장관과, 변호사 단체 및 학계 대표가 사법부 인사에 관여한다는 것은 3권 분립의 원칙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대의에 비추어 볼 때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둔 부분도 법원의 심기를 건드렸다. 양형위원회는 판결의 편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최소한의 통일된 판결 기준을 만들기 위해 2007년 발족한 대법원 산하 기구다. 양형위는 살인, 뇌물, 성범죄 등 8개 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을 만들었고 지난해 7월부터 이 기준을 실제 판결에 적용토록 하고 있다. 이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둔다면 인사에 이어 법관의 권리이자 의무인 양형에까지 사법부 외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게 사법부의 우려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각종 비판을 달게 받아냈던 법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정치권과 사법부는 신영철 대법관 사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및 PD수첩 사건 선고, 용산 참사 수사기록 공개 결정 등을 둘러싸고 수시로 갈등을 빚어왔다. 매번 공세는 정치권이 취했고 법원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법부 내에서 정치권의 부당한 공세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법부가 여당의 개혁안에 대해 정면 반대 의사를 밝힌 이상 여당도 마냥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구성의 근본원칙인 삼권분립을 뒤흔든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여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여당이 강공을 지속하기 보다는 사법부와 함께 개혁안을 만들거나, 사법부가 발표할 자체 개혁안 내용을 본 뒤 다음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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