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뉴스를 소비하고 싶어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5, 16일(현지시간) 미 미주리대에서 열린 '저널리즘의 미래' 를 조망하는 심포지엄은 뉴미디어의 운명을 가름할 미래 소비자의 특성을 둘러싸고 이틀 내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의 짐 케네디 전략담당 부사장은 자사의 '뉴미디어 전략'을 공개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SNS)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뉴스와 정보를 접하는 미래 소비자에 대한 접근법을 이렇게 요약한 것이다.
뉴스 콘텐츠 자체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소비양태와 트렌드를 더 주목해야 하며, 똑같은 뉴스라도 마이크로 블로그인 트위터에서 소비하느냐, 인터넷 검색엔진인 구글에서 하느냐, 페이스북에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콘텐츠를 생산해 이들 소비자들의 다양한 소비양태에 맞춰 포장하고 디자인하는 '뉴스패키징' 작업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래 소비자들의 행태를 어떻게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이들로 하여금 지갑을 열어 콘텐츠를 사게 할 수 있을까. 케네디 부사장은 두 가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첫째는 '80대 20 원칙'이다.
독자 분석을 해본 결과 공론의 장에서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층은 20%이며, 나머지 80%는 이를 추종하는 계층인데, 이는 달리 표현하면 80%는 무료 독자이며 나머지 20%는 돈을 내며 뉴스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사볼 수 있는 파워 유저(Power User)라는 것이다. 케네디 부사장은 "이는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뉴스시장의 속성"이라며 "문제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래의 20%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두 번째 원칙으로 새로운 뉴스제작 방식을 고안해 냈다. 기존의 뉴스제작은 현장의 1보를 나타내는 헤드라인(1), 이에 살을 붙여 '바로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전하는 현재형 뉴스(2),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뉴스(3)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123'원칙을 '01234'로 전환했다는 게 케네디의 설명이다. 여기에서 'o'는 트위터 등 디지털 소셜 미디어를 말한다. 헤드라인(1) 기사를 쓰기 전, 독자들과 직접 소통해 "우리가 지금 이런 기사를 쓸 예정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화두를 던져 즉각 독자들의 의견을 파악하는 동시에, 이슈나 새로운 트렌드가 될 만한 내용에 대한 아젠다(의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는 무엇일까. 기사가 나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뉴스 소비자가 움직이는 대로 친구처럼 그를 따라다니는 뉴스형태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 위치기반 서비스와 연동해 소비자가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으로 트위터를 하든,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페이스북을 하든, 집에서 태블릿 PC로 독서를 하든, 이 모든 뉴스 플랫폼들을 가로질러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스토리'를 계속 전해주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케네디 부사장은 "워싱턴 지역에 화제가 났을 경우, 해당지역 내에 있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뉴스 플랫폼을 통해 관련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그들이 속해 있는 디지털 커뮤니티 내에서 이를 공유해 나가도록 지원함으로써 뉴스와 정보가 빠르게 전파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래의 뉴스 소비자' 관심 집중
15, 16일(현지시간) 이틀간 저널리즘의 미래를 조망한 미국 미주리대 심포지엄의 최대 화두는 테크놀로지도, 수익 모델도 아니었다. 새로 출현하는 뉴미디어의 운명을 시장에서 가름할 미래의 소비자, 그들은 누구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토론에 나선 패널들은 미래 소비자의 특징으로'연결성(Connectivity)'과 '커뮤니티 참여'를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로 상호 연결되고, 선호하는 디지털 커뮤니티 안에서 정보와 뉴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베티 폴리쉬 코퍼릿 이노베이션사 부사장은 "모든 사람이 온라인에서 직접 정보를 찾아 편집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게 되면서 소비자와 정보제공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게 미래 소비자의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벤처기업 대표인 루카치 웰스는 "미래 소비자들은 혼돈 속에서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나름의 질서를 찾아가고 있다"며 "따라서 이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들 가운데 어느 곳에 속해 있고,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느냐가 정보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디어 컨설턴트인 스테파니 듀란트는 "커뮤니티가 이들에게 있어 저널리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커뮤니티에 열광하는 것일까. 뉴미디어 전문가인 테일러 위거트는 "인터넷 상에 흘러 다니는 수많은 정보를 다 수용할 수 없어 자신이 선호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안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통해 뉴스를 걸러 필요한 정보만을 얻으려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았다.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만 정보를 얻어 정보의 편식현상이 발생하고, 커뮤니티 정보 자체도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듀란트는 "정보가 넘쳐나면서 오히려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며 "댓글 등을 저널리즘으로 보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스토리를 발굴, 전달하는 능력의 전문성(폴리쉬)", 어떤 커뮤니티도 대신해줄 수 없는 탐사보도(루카치)등에 저널리즘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견해도 이어졌다.
기자의 역할도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하-부룩셔 미주리대 교수는 "소비자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뉴스를 접하는데 그치지 않고 친구나 지인들의 생각과 느낌까지 서로 공유하며 뉴스를 소비하기 때문에, 기자도 단순한 팩트 전달자를 넘어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해 소비자들의 공감확산을 돕는 조력자(facilitator)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미국 미주리주)=박진용 기자
■ 디지털 미디어 권위자 로저 피들러
미 미주리대 레놀즈 저널리즘 연구소(RJI)에서 디지털 출판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로저 피들러(67)는 미국에서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1970년대 한 지역신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디지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뒤 1981년부터 태블릿, e-리더(reader) 등으로 불린 개인용 정보단말기를 직접 제작했고, 이것이 21세기엔 종이신문을 대체할 것이라고 일찍부터 예견해 왔다. 16일(현지시간) 그를 만나 미래의 뉴스 플랫폼으로 떠오른 태블릿 PC인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아이패드는 혁명적인 미디어 기기인가, 또 미디어 산업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보나.
"현재 앞서가는 미디어 기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 많은 뉴스플랫폼(하드웨어, 스프트웨어, 인프라를 모두 합쳐 일컫는 말)이 등장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볼 때 하나의 뉴스 플랫폼이나 테크놀로지가 미디어 업계를 되살린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신문사들이 아이패드에 유료로 컨텐츠를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인가.
"유료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이야기다."
-온라인상에서는 어떤가. 뉴욕타임스가 2007년 실패한 온라인 유료화를 내년부터 재추진하는데.
"그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뉴욕타임스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당시는 무조건 먼저 돈을 낸 뒤 뉴스에 접근해야 했지만, 내년부터는 일부는 무료로 제공하되, 정해진 양 이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만 돈을 내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문사들이 기사를 아이패드에 단일 기사가 아닌, 패키지 형태의 묶음으로 제공하고, 탐사보도 등 특정 주제의 기사들을 디지털 뉴스북 형태로 가공한다면 유료화의 길이 열릴 것이다."
-스마트폰이 미래의 메인 뉴스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보나.
"작은 화면 때문에 뉴스의 헤드라인만을 보지 않을까 싶다. PDF 등 패키지화된 뉴스 상품은 아이패드 정도의 크기로 봐야 한다. 또 휴대폰에서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가 앞으로 메인뉴스 플랫폼 위치를 놓고 경쟁하지 않을까.
"두 기기 모두 공존할 것이다. 기능이 다르다고 한 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제압해 시장에서 몰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인 당신은 신문이 머지 않아 사라질 것으로 보나.
"신문이라는 개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종이형태의 신문은 선진국에서는 10~20년 내 그럴 가능성이 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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