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를 배경으로 세대간 화합을 코믹하게 그린 뮤지컬 '락시(樂時)터'가 지난 11일부터 대학로 무기한 공연에 들어갔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2시간여의 공연을 쉬는 시간 없이 봐야 하지만, 초연부터 함께한 배우들의 배꼽 잡는 연기와 빠른 전개에 지루할 틈은 없었다.
지난 여름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은 연극과 뮤지컬을 두루 만든 스타 연출가 위성신씨가 자신의 연극을 뮤지컬화한 것. 원작은 극작가 고 이근삼(1929~2003)의 희곡 '낚시터 전쟁'이다. 낚시터를 찾은 30대 남자 가제복과 60대 오범학이 세대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소극장의 무대적 한계를 재치로 극복했다. 전형적 인물과 정직한 결말에 참신한 맛은 없었지만 풍자적인 대사와 이야기 전개상 과장된 사건들이 폭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부모, 친구와의 관계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일들을 사실적으로 다뤄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특히 관객이 무대에서 배우들과 라면을 끓여먹으며 인생사를 나누는 대목은 소극장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했다. '락시터'는 매회 다른 관객의 다른 사연들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락시터'는 그러나 아직 연극에 머무른 느낌이다. 뮤지컬의 중요한 요소인 음악이 큰 감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넘버라고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패러디한 몇 소절뿐이었다.
대학로의 많은 소극장 공연이 그렇듯 이 작품도 일인 다역을 해내는 남녀 멀티맨의 활약이 돋보인다. 장기 공연에서도 '김종욱 찾기' '싱글즈' 등 로맨틱 코미디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색다른 소재의 '락시터'가 대학로의 또 다른 간판작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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