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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정노동정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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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정노동정책 필요하다

입력
2010.03.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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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붕괴'는 전 세계적 문제이지만 우리나라는 좀더 심각하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2009년 중산층의 비중은 가처분소득 기준 66.7%로, 작년보다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2003년에 비해 3.4%포인트 하락했다. 소득불평등지표는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제일 빠르게 증가했다. 2007년 기준으로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의 3분의 2가 안 되는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은 25.6%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산층 감소 막게 시장 활력을

중산층 감소는 고령화와 기술 변화 및 세계화 등에 기인한다. 고령화 1인가구가 늘면서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바뀌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지난해 20.2%로, 2000년 15.6%에 비해 크게 늘었다. 고령화 속도는 OECD국가 중 제일 빠른데 그 비율이 2015년 20.7%, 2030년 23.7%로 더 올라갈 전망이다. 세계화에 따른 기술변화 가속화는 단순기능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소득격차를 키워 중산층 감소를 유발한다.

중산층 문제의 전통적 해법은 사회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10.8%로 OECD 평균(4.9%)보다 훨씬 높다. 각국 정부는 사회복지 지출에다 경기 부양을 위한 국채 회사채 발행 등으로 부채가 늘면서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 등 유럽국가가 이런 문제로 재정이 악화되어 경제위기에 처한 상황을 강 건너 불처럼 지켜볼 수 없다.

국가재정에 의존한 사회복지는 산업화시대의 모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산층 감소는 고령화 세계화 등의 문제에 기인하므로 해법도 달라야 한다. 세계화 시대의 사회복지모형은 노동시장 활력 제고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산업화로 소득격차가 커지자 정부는 생산물시장에서 공정거래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회복지 지출을 늘리는 소득재분배 정책을 추구했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세계화로 커진 소득격차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에서 임금과 고용이 공정하게 결정되어 소득 분배의 흐름을 개선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그 필요성은 우리나라가 더 크다. 중산층 감소가 빨라진 이유가 노동시장 단절에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은 대기업부문과 대다수 국민이 종사하는 중소기업부문, 정규직부문과 여성이 많은 비정규직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중소기업은 영세화로 근로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대기업과의 상대적 임금수준이 저하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뒷받침하는 완충 역할을 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 임금은 적게 받는다.

이런 불공정한 고용관행을 개선하면 노동시장 활력 제고에 의한 사회복지모형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열이 높고, 정부ㆍ개인의 교육 투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기술변화 등에 대한 근로자들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국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장시간 노동의 관행화도 개선해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달리 보면 잘 살기 위한 의지가 강한 국가로 해석할 수 있다.

재정악화 문제 함께 해결해야

노동시장의 공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방안을 공정노동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공정하게 가지고 노동력 제공에 대한 보상도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노동시장의 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공정노동정책을 추진하면 중산층 감소는 물론 국가의 재정악화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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