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비밀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멘토 언니가 생겼다. 언니도 나 같은 고민들을 경험했다는 말을 듣고 나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전국 저소득ㆍ취약계층 청소년과 서울대 재학생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나왔다. 서울대는 1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롯데국제교육관에서 '서울대 SNU 멘토링 웹 시스템'개통 기념식을 열고 홈페이지(http://snumentoring.snu.ac.kr)를 통한 멘토링을 시작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전국 각지의 중고생 1,300여명이 900여명의 서울대 재학생과 문자상담도 하고 화상채팅으로 공부 도움도 받는다. 문자메시지는 홈페이지를 중간에 두고 휴대폰으로 전달되는 트위터 방식으로 주고받는다. 서로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실시간 상담을 가능하게 하는 묘안이다. 화상 채팅으로 만나 모르는 문제를 질문할 수도 있다. 멘토 1명이 개설한 화상공부방에는 멘티(조언받는 사람)는 최대 6명까지 접속할 수 있다.
시스템 준비기간만 6개월. 서울대뿐 아니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인터넷 홈페이지 전문업체 ㈜프람트, 사회적 기업 '공신'까지 동원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초 'SNU멘토링 사업부'를 출범시켜 1년간 전국 7,000여명의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해온 터다. 왜 멘토링에 공을 들이는지 장재성 서울대 학생처장에게 물었다.
-사이트를 확대 개편하셨는데.
"저소득 취약계층 청소년들은 교육의 기회가 상당히 제한돼 있어요. 이 아이들에게 대학생 언니오빠를 소개해 진로상담도 하고 공부도 가르쳐 주면 좋지 않겠냐는 이장무 총장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는데 호응이 무척 좋았죠"
-학점관리다 취업이다 봉사하려는 재학생들이 많지 않을 텐데.
"대학 입장에서 멘토링을 시키는 더 큰 목적은 재학생들을 바르게 키우는 것이죠. 서울대에 들어온 학생들은 지난 20년간 비교적 가족과 사회의 보살핌을 받아온 학생들이니 남은 수십 년을 다른 이들을 위하고 보듬는데 쓰도록 가르치고 싶어요. 그 첫 단계가 봉사이고 학생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봉사의 첫 단계가 멘토링입니다. 인터넷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말고 봉사하라는 거죠."
-청소년들 반응은 어떤가?
"청소년들의 수기를 모아봤어요. 한참 고민 많은 시기에 이 언니오빠들도 나 같은 고민을 다 겪었는데 나라고 못할게 뭐가 있겠냐는 글이 있더군요. 모르는 수학문제를 만났을 때 멘토 언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학생도 있고요. 은연중에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하고 실제 학습에 도움도 주는 모양입니다"
-부작용은 없을까?
"재학생 멘토들은 학생과의 관계에 대해 대학원생과 조교의 상담 및 감독을 받고, 청소년은 담임선생님의 지도를 받아요. 이들이 문자를 통해 주고 받는 대화에서 금칙어(자살 마약 살인 등)가 등장하면 바로 관리자에게 경고가 전송되고 이를 즉각 분석하게 되죠."
- 앞으로 계획은?
"온라인을 통해 강화한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는 재학생이 900여명인데 올해 안으로 2,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해볼 참입니다. 또 멘토링을 비롯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개발할 생각입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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