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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립 화승그룹 회장, 금탑산업훈장/ 병마와 부도 딛고 14개 해외지사 개척한 '올빼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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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립 화승그룹 회장, 금탑산업훈장/ 병마와 부도 딛고 14개 해외지사 개척한 '올빼미 회장'

입력
2010.03.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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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샤워를 하던 중 겨드랑이 밑에 작은 혹이 잡혔다. 뭔가 꺼림칙한 느낌에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들은 적잖이 당황해했다. 피부암의 하나인 흑색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백인들에게서나 나타나는 특이한 질병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청천벽력같은 충격에 빠졌다.

키 190㎝, 몸무게 100㎏의 건장한 몸집도 겨드랑이의 작은 혹 하나에 휘청거릴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국내에는 치료 시설 조차 없다는 말에 결국 미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달 보름 넘게 방사선 치료를 받기가 무섭게 휴식도 없이 곧장 귀국했다. 몸 걱정 보다는 회사 걱정이 앞섰던 까닭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1998년 4월 1일 화의에 들어간 이후 직원들과 밤낮을 잊고 일하며 재기를 꿈꿨던 터라 50일 가까이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 자체가 직원들에게 미안했던 것이다. 다행히 선장 없는 배는 직원들이 똘똘 뭉쳐 무난히 항해를 이어갔고 회사는 2005년 1월 10일 화의에서 벗어났다.

화승그룹 고영립(55) 회장은 17일 "열심히 일하다 보니 찾아 온 병이었기에 더 열심히 일하면 낫겠지 하는 생각 뿐이었다"며 "아프다 아프다 생각 않고 좋아진다 좋아진다고 생각했더니 실제로 좋아졌다"고 당시를 되돌아 봤다.

고 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화승그룹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글로벌 그룹으로 키운 공로로,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함께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화승그룹은 1970년대 '기차표' 동양고무로 시작해 당시 국제, 삼화, 태화, 진양과 함께 부산의 신발 산업 중흥기를 이끌었다. 화승은 당시 나이키의 한국 대리점을 최초로 맡으면서 큰 성공을 거뒀고 85년에 직접 국내에 진출하는 나이키와 결별하고, 리복으로 거래선을 바꿨다. 나중에는 자체 브랜드의 필요성을 깨닫고 1989년 '르까프'를 탄생시켰다.

현재 화승그룹은 부도의 상흔을 씻고 4개에 불과했던 해외 지사를 14개로 늘렸고, 지난해 매출액도 부도 이전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2조7,000억 원을 달성했다. 2002년 베트남 호치민시에 화승비나 공장을 설립했고, 2008년에는 종업원 6,000명의 중국 대련공장을 인수해 세계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고 회장은 부도 기업 화승이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좌절감에 힘겨워하던 회사 식구들에게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며 "그리고 그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내가 먼저 현장을 진두지휘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올빼미'라고 한다.

상공의 날 훈ㆍ포장 수상자

▦금탑산업훈장 고영립(화승그룹 회장) 김용환(현대자동차 부회장) ▦은탑산업훈장 윤영각(삼정 KPMG그룹 회장) 노영인(동양시멘트 부회장) ▦동탑산업훈장 마평수(현대단조 대표이사) 김상옥(유양디앤유 대표이사) ▦철탑산업훈장 강상원(충남도시가스 대표이사) 동현수(에이스디지텍 대표이사) ▦석탑산업훈장 이규석(거흥산업 대표이사) 장성환(포스코 상무) ▦산업포장 김선환(백석화학공업사 대표) 김복덕(소룩스 대표이사) 박대영(삼성중공업 부사장) 박한우(현대자동차 인도법인 부사장) 오재복(코우키흥산 회장) 허세홍(GS칼텍스 싱가포르 법인장) ▦대통령 표창 신종관(삼진물산 대표이사) 윤주칠(신생 대표이사) 이성균(일화 대표이사) 심영인(화승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심원보(대성스틸 대표이사) 김동언(삼광공업 대표이사) 궁석희(제일피복공업 대표이사) 이재완(실버팍스 대표) 이응규(LG상사 상무) 최상기(두산중공업 전무이사) 고병우(전 대한항공 상무) 류정형(STX 조선해양 상무) 성학용(SK에너지 전무) 사이토 준이치(한국후지쯔 상무이사) 이상렬(퓨처 크리에이션 대표이사) ▲국무총리 표창 박종길(케미그라스 대표이사) 우진석(크리스패션 대표이사) 신재서(천일페인트 대표이사) 최호림(에이스안전유리 대표이사) 손부한(에스에이피 코리아 부사장) 김대식(케이텍 맨파워 대표이사) 이현석(원창단조 대표) 박영순(티씨케이 대표이사) 성익경(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 김기대(와이지-원 기장) 조용찬(파리크라상 상무) 강신웅(두산인프라코어 직장) 이충희(OCI 전무이사) 임병율(대종 유한회사 사장) 조규백(스포렉스 대표)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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