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외국어고에서 2007년 한 해 동안 학부모들로부터 8억7,000만원 가량의 불법 찬조금을 거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해 특별 감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참교육학부모회(참학)는 18일 서울 종로구 건강연대에서 열린 교육비리 추방과 맑은 교육을 위한 교육비리 시민 고발대회에서 학부모회를 통한 불법 찬조금 모금 사례를 폭로했다.
서울 A외고는 매 학기 학부모 1인당 학급회비 명목으로 30만원, 논술지도비 명목으로 13만5,000원 등 43만5,000원을 거뒀고, 임원 학부모는 학년회비 명목으로 40만원을 추가로 갹출했다. 참학 측은 “이 학교가 4명의 임원 학부모와 일반 학부모 34명으로부터 조성한 불법 찬조금은 연간 3,600만원 수준”이라며 “이를 3개 학년 총 24학급에 적용할 경우 학교의 연간 불법 찬조금 규모는 8억7,0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사실을 제보한 해당 학교의 한 학부모는 “조성된 찬조금을 교사회식비, 스승의 날 교장교감 선물, 교사의 여름방학 휴가비, 야간자율학습 경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찬조금 사용 내역에는 ‘대학 관계자 유지비’가 명시돼 있어 특수목적고와 특정 대학과의 유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참학 측은 제보를 한 학부모로부터 찬조금 내역서, 학부모회 결산서, 학부모회 총무 통장 사본, 학부모회 활동 일지 등을 넘겨 받아 증빙자료로 공개했다. 이에 대해 A외고 교장은 “제기된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학부모회측에 찬조금을 걷지 말도록 했다”며 불법 찬조금 조성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발전기금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찬조금 모금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된 해당 학교에 대해 원칙에 따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발전기금은 학교 회계에 편입돼 사용 내역이 공개되며 기탁자에겐 영수증이 발급된다.
시교육청은 불법 찬조금 모금이 사실로 확인되면 관련자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학 측은 또 인천의 한 초등학교가 교수학습비와 학교시설비를 교장실 리모델링에 사용하고, 불법 찬조금을 거둬 교사 회식비 등으로 썼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윤숙자 참학 정책위원장은 “불법 찬조금은 특정 외고만의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학교에 만연해 있으며 갈수록 모금액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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