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 사람은 흥행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이른바 예술영화 감독이고, 또 한 사람은 만든 영화 두 편 모두가 대중의 뜨거운 갈채를 받은 상업영화 감독이다. 그럼에도 둘의 관계는 사제(師弟)다. 2004년 '빈집'으로 만나 '활'(2005)과 '시간'(2007)을 감독과 조연출의 자리에서 함께했다.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8년엔 스승이 각본과 제작을 맡고, 제자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쥐었다. 대중적 완성도를 지닌 대형 신인 장훈 감독의 등장을 알린 '영화는 영화다'였다.
장 감독은 130만명이 관람한 이 데뷔작 한 편으로 김기덕 감독이 12년 동안 15편의영화를 만들며 모은 관객 수를 간단히 넘어섰다. 상업적 성공에서만큼은 청출어람을 이룬 셈이다. 더구나 장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의형제'가 지난 13일 500만 관객을 돌파했으니 이제 그의 이름에서 김 감독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보일 듯도 하다.
그러나 장 감독은 말한다. "최근에 김 감독님의 영화를 다시 챙겨 보고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누군가는 우스개를 던질 수도 있겠다. "김 감독의 흥행 안 되는 요소들을 반면교사 삼는 것 아니냐"고. 그만큼 두 사람의 영화적 간격은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벌어져도 너무 벌어져 보인다.
사실 두 사람, 닮아도 참 많이 닮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들어가 삶을 배운 김 감독이나 제도권 교육을 거쳐 서울대를 졸업한 장 감독이나 영화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 거리의 화가로 프랑스 파리에서 3년을 보낸 김 감독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장 감독은 미술의 자장 안에서 영화예술의 꿈을 품었다. 특수부대에서 보낸 군생활은 또 어떤가. 김 감독은 해병대에서 5년 간 근무했다. 그는 배우와 감독을 겸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두 발을 한일자로 쭉 펼치는 신기의 발차기로 군에서 쌓은 무공을 선보였다. 어려서 태권도 도장을 다녀본 적도 없다는 장 감독은 공수부대에서 특공무술을 배웠고, 이 경험은 그가 만든 영화의 액션 장면에 녹아들었다.
무엇보다 닮은 점은 빠른 연출 행보다. 1년에 1편 이상을 선보였던 다산가인 김 감독에는 못 미치지만, 장 감독도의 연출 작업도 발빠르다. '의형제'의 샴페인을 터트리기 무섭게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대작 '고지전'의 내년 개봉을 위해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제자가 스승의 근면함을 쫓아가고 있다면, 김 감독은 '비몽'(2008)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른 듯 닮은 사제 간의 선의의 영화 대결이 충무로의 또 다른 관심거리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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