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가 범행 일체를 자백하면서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엽기적 사건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김길태의 자백이 없는 상태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각종 의혹도 차례로 정리되고 있다.
우선 경찰 책임론으로까지 불거질 뻔했던 이유리양의 사망 시점은 납치 후 곧바로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양이 공개 수사가 시작된 지난달 27일 이후 사망했다면 성급한 공개 수사로 이양의 죽음을 불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사망 시점은 이번 사건 최대의 관심사였다. 특히 부검으로 사망 시점을 추정할 수 없는 데다 이양이 납치 후 1주일 동안 살아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까지 나와 수사본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처럼 정황 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김길태의 자백은 갑론을박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이양의 사망 시점 추정은 시신 부패가 심해 법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각종 정황 증거와 김길태의 자백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정리가 안 된 부분도 있다. 김길태는 만취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성폭행 후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범행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취한 김길태가 이양 집의 다락방 창문을 뛰어넘어 침입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잠시 잠들었다고는 하지만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이뤄진 김길태의 시신 유기 과정은 영화만큼 치밀했다. 그는 이양 시신이 든 가방을 10m 떨어진 집의 옥상까지 가져가 물탱크 안에 넣은 후 시신 은폐를 위해 시멘트를 물에 섞어 부었다.
물증 확보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경찰은 이양 시신 주변에서 찾은 목장갑과 검정색 후드점퍼를 김길태가 범행에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범행 당시 신었던 김길태의 신발과 이양 납치 과정에서 떨어져 나갔을 것으로 보이는 한쪽 귀걸이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길태가 이양 집 다락방 창문을 통해 침입할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다리도 찾지 못했다.
부산=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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