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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 미술관서 '백남준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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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 미술관서 '백남준 회고전'

입력
2010.03.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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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대규모 회고전이 12월 17일부터 내년 3월 13일까지 영국 리버풀의 테이트리버풀 미술관에서 열린다.

테이트리버풀을 비롯해 런던의 테이트브리튼과 테이트모던, 영국 남부의 테이트세인트아이브스 등 4곳으로 나뉘어져 있는 영국 국립 테이트 미술관은 유럽,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현대미술관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아시아 작가의 회고전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백남준 회고전은 리버풀 전시가 끝난 후 독일 뒤셀도르프, 이탈리아에서 이어진다.

전시를 기획한 테이트리버풀 큐레이터 이숙경씨는 "백남준이 생전에 영국에서는 단 한 차례의 개인전(헤이워드 갤러리)을 연 게 전부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그 면모가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며 "백남준 작고 후 처음 열리는 국제적 규모의 회고전인 만큼 20세기의 가장 혁신적 예술가 중 한 사람인 그를 집중적으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백남준 회고전은 테이트리버풀의 겨울 시즌에 맞춰 열리는 블록버스터 전시다. 올 여름 시즌 전시가 피카소 전임을 고려하면 그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전시에는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의 미술관과 오스트리아의 빈 현대미술관,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빌려온 70여 점의 작품과 자료가 나온다. '달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TV'를 비롯해 'TV정원' 'V_라미드' '마그넷TV' 등이 대표적이며, 특히 백남준의 실험 정신에 초점을 맞춰 쉽게 볼 수 없었던 그의 초기작을 집중적으로 전시한다.

백남준의 동양적 철학이 집약된 작품으로 꼽히는'TV부처'의 경우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만든 여러 에디션을 시리즈로 선보여 순환과 윤회의 의미를 드러낼 예정이다. 백남준과 음악의 연관성도 전시의 주요 관심사다.

이숙경씨는 "2000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 회고전이 대형 비디오 설치작품 등 스펙터클 위주의 전시였다면, 이번 전시는 그의 아방가르드 정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미학의 본질과 뿌리를 탐구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테이트 미술관에서 열리는 아시아 작가의 첫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현지 미술계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씨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백남준만큼 국제적 수준을 가진 작가는 없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백남준이 우리 작가라는 사실을 좀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회고전 기획한 큐레이터 이숙경 "한국인인 내 손으로 준비해 더 뜻깊어"

테이트리버풀에서 열리는 백남준 회고전은 한국인 큐레이터의 손에 의해 기획됐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테이트리버풀 큐레이터 이숙경(41ㆍ사진)씨는 테이트 미술관 4곳의 큐레이터 60여명 가운데 유일한 동양인이다.

지난 11일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만난 이씨는 "테이트는 흑인 큐레이터도 없을 만큼 철저히 백인 중심 조직이고, 컬렉션과 전시 내용 역시 서구 중심이었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 기획 외에 아시아 지역 미술작품 구입을 결정하는 아시아태평양위원회의 담당 큐레이터도 맡고 있다. 한국 작가 구정아, 서도호씨의 설치작품이 테이트에 소장된 것도 그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6만5,00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소장품 연구 및 작가와의 교류도 빼놓을 수 없는 업무다.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5년 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일하다 1998년 영국으로 건너갔다. 에섹스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다가 2007년 10월, 100년이 넘는 테이트 미술관 사상 첫 한국인 큐레이터가 됐다. 그는 테이트 미술관에 대해 "기획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대신 그만큼 책임이 따르며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백남준 회고전은 이씨가 테이트에 들어간 직후부터 준비한 장기 프로젝트다. 그는 "보통 전시 결정까지 오랫동안 검토 과정을 거치는데 백남준 전시는 비교적 쉽게 통과됐다"며 "그간 테이트 측에서도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고민만 하고 선뜻 시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리버풀=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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