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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주리대 저널리즘 심포지엄 개막/ '뻔한' 언론은 설 곳이 없다…미국은 지금 미디어 실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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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주리대 저널리즘 심포지엄 개막/ '뻔한' 언론은 설 곳이 없다…미국은 지금 미디어 실험중

입력
2010.03.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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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등 급변하는 환경속에서의 저널리즘 미래를 모색하는 글로벌 심포지엄이 미국 저널리즘의 본산인 미주리 대학교(미주리주 컬럼비아)에서 15, 16일(현지시간) 양일간 열린다. 심포지엄엔 세계 언론계와 학계, 통신업계, 미디어 벤처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다.

1908년 세계 최초로 저널리즘 학과를 개설, 관련 연구를 선도해온 미주리대 측이 전례 없는 저널리즘의 격변기를 맞아 개최한 심포지엄의 주제는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그리고 미디어: 혼돈 속에서의 길 찾기'이다. 취지는 첨단 기술이 촉발한 미디어 산업의 급변, 뉴스의 생산 및 소비 채널의 변화와 함께 미래 뉴스 소비자들의 특성을 심층 분석해 저널리즘의 앞날을 새롭게 조망해 보겠다는 것이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랜달 스미스 미주리대 석좌 교수는 14일 "앞으로 뉴미디어의 주된 형식은 TV와 함께, 태플릿 PC 등 모바일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것이 온라인화하는 디지털시대에 구식 '저널리즘'이 위기에 빠졌다는 얘기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인쇄매체의 대표격인 신문의 위기가 심각하지만 상대적으로 형편이 낫다는 방송들도 시청자와 광고수익을 계속 잃어가고 있다.

미국은 그 같은 변화의 가장 격렬한 국면의 한 복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미 전역에서 공동체 소식을 전하는 1,400여 곳의 지역 신문(Local Newspaper) 가운데 무려 7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거기엔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거목들도 포함돼 있다.

미디어 부침의 실태

몇 가지 사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볼티모어선 등을 소유한 미디어그룹인 트리뷴 체인이 파산해 주인이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각 회사의 편집국이 반토막 났지만, 그래도 간판을 내리진 않았으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콜로라도주 지역 신문 '덴버 록키 마운틴 뉴스'는 지난해 끝내 폐간했다. 자동차 산업이 붕괴직전에 처해 있는 미시간주의 일간 '디트로이트 뉴스 앤 프리 프레스'는 목금토 주 3일 발행 체제로 바꾸었다. 146년 된 미 서부 워싱턴주의 대표신문인 '시애틀 포스트 인털리전서', 탁월한 국제뉴스 보도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닝 포스트' 등은 아예 오프라인 발행을 접고 온라인 신문으로 전업했다. 한때 6만여 명에 달했던 미 전역의 신문기자 수는 지난 해 38년전(1971년) 수준인 4만명으로 내려 앉았다.

무엇을 실험하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미 전역을 거대한 미디어 실험장으로 바꿔놓고 있다. 또 온ㆍ오프라인을 망라해 영리ㆍ 비영리법인 형태의 각종 미디어 매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 새로운 수익 모델과 차별화된 뉴스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

기존 미디어들의 움직임을 보면, 줄어든 취재인력으로 한층 다양해진 뉴스 채널(인터넷, 휴대폰, 전자책 단말기 등)에 대응하다 보니 사내 온ㆍ오프 라인 '통합 뉴스룸'과 매체끼리의 '협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뉴스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한 언론사들간 협업 움직임은 뚜렷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5대호 주변 오하이오주 언론사들이다. 그 동안 각개 약진해온 지역 내 8대 신문사들이 얼마 전 '오하이오 뉴스사'를 공동으로 설립해 모든 기사와 사진, 그래픽, 사설까지 공유하고 있다. 각 신문사의 편집자들은 그날 그날 특정 주제와 뉴스를 정해 어느 회사가 전담 취재해 기사를 작성할지 협의한다. 오하이오 뉴스사에 참여한 '컬럼버스 디스패치'의 편집자 벤 매리슨은 "협업 취재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자신들만 관심을 쏟는 분야의 취재는 회사별로 독자적으로 진행, 뉴스를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 시도와 함께, 독자와 기자가 공동 취재하고 만드는 뉴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시민 블로거들을 끌여들여 뉴스사이트를 함께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새 미디어, 어떤 것들이 있나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실험은 새로운 형식의 미디어 출현이다. 특히 공익재단이나 개인 독지가들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출범한 비영리 웹사이트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가운데 일반 뉴스는 과감히 포기하고 오직 도시범죄, 복지, 시정, 부동산 개발 등 지역 현안에만 포커스를 맞춘 탐사 보도로 각종 상을 휩쓸고 있는 '보이스 오브 샌디에고(Voice of San Diego)', 전국적 이슈에 대한 탐사 보도 전문 프로젝트를 표방하며 뉴욕타임스 등 올드 미디어에도 뉴스를 무료 공급하는 '프로퍼블리카(ProPublica)'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워싱턴 정계의 내밀한 소식에 굶주린' 각종 단체와 기업체湧?상대로 틈새 뉴스시장을 공략해 자체 수익기반을 다진 신생 유력 온라인 미디어인 폴리티코(Politico)도 등장했다.

"당신이 직접 기자를 고용, 기사화 하라"는 구호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대중을 상대로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특정 프로젝트를 취재하는 실험적 저널리즘인 '스폿 어스(Spot Us)'도 화제가 되고 있다. 뉴스와 논평을 버무린 개성있는 1인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과 교감하며 특종을 생산, 전국적인 미디어로 자리매김한 경우(토킹포인트메모ㆍTPM)도 있다.

칼럼니스트 아리아나 허핑턴이 중심이 되고 수 천명의 블로거들이 가세한 정치전문 블로그 '허핑톤 포스트'(Huffington Post)는 이미 창간 4년 만인 지난해 워싱턴 포스트의 클릭수를 능가하는 매체로 발돋움했다.

이들 매체의 특징은 국내외 모든 뉴스를 '모듬 뷔페'식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탈피, 지역소식이든, 탐사 보도든 '특화된 메뉴'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단순히 상업언론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재단과 손잡고 비영리 뉴스사를 표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모든 실험들이 성공할지 여부는 결국 시장에서 소비자가 최종 결정할 것이다. 문제는 디지털시대에도,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ㆍ견제하며 공동체 현안을 일깨워주는 저널리즘 본연의 뉴스보도 활동이 계속돼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마이클 셔드슨 뉴욕 컬럼비아대 교수는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뉴스보도는 민주사회에서 깨끗한 공기, 안전한 거리처럼 필수 공공재"라며 "개인ㆍ공익재단의 기부, 기존 상업언론의 비영리 기관으로 전환시 세금혜택 부여 등 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지원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컬럼비아(미 미주리주)=박진용기자 hub@hk.co.kr

■ 스마트폰·태블릿PC·신문… 뭘로 뉴스를 볼까

"저널리즘을 지탱해온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은 매우 당혹스런 시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매혹의 전환기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가 미래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은 그 해답으로 가는 구체적 아젠다(의제) 설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미주리대(미주리주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의 랜달 스미스 부학장 겸 석좌 교수는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그리고 미디어 : 혼돈 속에서 길찾기' 심포지엄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저널리즘의 미래를 조망하는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심포지엄 첫날(15일)의 주제는 '미래의 뉴스', 둘째 날(16일)은 '다시 뉴스를 성장산업으로 키우기'로 돼 있지만, 핵심 토픽은 크게 세가지다. 기술의 급격한 발달이 뉴스를 접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습관과 양태를 바꿔 놓으면서 기존 미디어의 수익구조가 붕괴하고 있는 현실을 기초로 질문이 던져진다. 즉 1)어떤 테크놀로지가 미래 뉴스 소비의 주요 플랫폼(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인프라를 합쳐서 가리키는 말로 프로그램이 작동할 수 있는 바탕을 말함)이 될 것인가, 2)새 테크놀로지에 걸맞은 뉴스 콘텐츠는 무엇인가, 3)이것의 지속적 생산을 뒷받침할 미디어 산업의 새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가 그 것들이다.

특히 테크놀로지 측면에서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전자책 단말기들이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뉴스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결국 이들의 운명을 시장에서 결정할 미래의 뉴스 소비자는 과연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 지, 그럼에도 기존 TV와 인터넷의 유효성은 여전할 것인지도 주요 이슈로 논의된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미주리대는 삼성전자 미국법인(Samsung Telecommunications AmericaㆍSTA)의 마크 밴더브링크 기술 담당 부사장을 특별 초청, 프리젠테이션할 기회를 줬다. 통신과 미디어가 급속히 융합되는 뉴미디어 시대에 삼성은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자가 아니라 이미 무시못할 미디어 회사라는 게 미국 언론학자들의 판단이다.

스미스 부학장은 "삼성은 휴대폰에서도 하드웨어 기기 제작에 머물지 않고, 자체 운영시스템(OS)을 내놓는 등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며 "이미 스마트폰과 전자책 단말기들이 기존 신문을 대체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 지는 미 학계 및 언론계의 주요 관심사"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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