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김길태를 구속하면서 수사가 급 물살을 타고 있지만 살해 혐의 입증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납치와 성폭행 혐의는 김길태에게서 검출한 DNA와 족적, 지문 등을 통해 확인됐지만 이유리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 증거와 목격자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길태가 이양을 살해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이양의 시신이 유기돼 있던 물탱크를 정밀 감식했지만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김길태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경찰은 현재 범행 당시 정황을 근거로 성폭행 후 곧바로 이양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김씨의 입을 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경찰은 11일 김길태를 조사하면서 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를 참여시켜 김길태의 심리 상태를 파악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검거 초기 짧게만 답하던 김길태가 조금씩 자신의 신변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길태에게 프로파일러와 같이 식사할 시간을 주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했더니 자신의 성장 과정 등 사적인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경찰은 김길태의 지인을 대면시킬 계획도 세웠다. 향후 적절한 시점을 판단해 양부모나 친구 등 지인을 만나게 한 후 감성적 자극을 줘 자백을 끌어내겠다는 설명이다.
김길태는 검거 후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인 강모(33)씨를 만나 대화하면서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지만 간간히 눈물을 흘렸으며 중요한 말을 하려다 입을 닫기도 했다. 김길태는 미용실 현금 27만원 절도만 인정하고 이양 살해 혐의는 "과학적으로 증거가 나왔다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니다"는 황당한 논리로 부인하고 있다. 1월 23일 20대 여성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도 "뺨을 한 대 때린 적은 있으나 성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김길태가 프로파일러들과 정서적으로 친밀해진 만큼 다각적 심리 전략을 활용할 경우 이르면 1, 2일 안에 입을 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김희웅 사상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사용해온 김길태라는 호칭 대신 김모씨로 바꿔 불러 눈길을 끌었다.
부산= 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