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때문에"
연초 서울에 내린 대폭설 등 특이기상에 대한 오보를 낼 때마다 기상청은 그 오보의 배후로 서해를 지목한다. 중위도 편서풍대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서해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서해상 공기를 관측할 방법이 없기 때문. 켄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은 1월의 대폭설 당시 "서해바다 위 대기상황은 한반도 기상의 가장 큰 변수인데 바다 위에 관측소를 만들 수도 없고…."라며 안타까워했었다.
그러던 기상청이 마침내 '서해 경영'에 나섰다. 서해에 직접 관측선을 띄워 대기 관측을 하기로 한 것이다. 1904년 근대적 기상관측 실시 이래 처음이다.
기상청은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 동안 기상관측선을 이용한 해상특별관측을 실시한다. 기상관측선은 13일 목포 앞바다를 출발해 경기만까지 모두 20개 지점의 대기를 관측하게 된다. 수집하는 정보는 기압, 해수온도, 풍향, 풍속, 파향, 파고 등이다. 또 20개 지점에서 대기상의 공기도 수집된다. 사실은 이번 관측의 주 목표도 공기로 실험실에 가져와 두 달에 걸쳐 정밀분석할 예정이다. 각 지점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확인하면 중국에서 넘어온 공기가 서해상을 지나며 바다와 얼마나 많이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지 알 수 있다. 지구온난화 유발물질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기 온도와 연관이 있다. 관측선은 또 사흘 내내 미세물질 측정기로 황사 안개 구름 먼지 등 대기중의 액ㆍ고체(에어러솔)도 관찰하게 된다.
김성진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장은 "선박관측으로 얻은 데이터는 서쪽에서 유입된 기류가 어떤 변화를 거쳐 물질을 한반도로 가져오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당장 예보정확도가 향상되지는 아니다. 아직 1회 관측에 불과하고 관측 내용이 이산화탄소와 에어러솔 농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꾸준한 관측으로 통계가 누적돼야 유의미한 자료가 된다"며 "오염물질 농도측정으로 황사예보 정확도는 다소 향상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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